'시총 930조' TSMC의 새 회장이 마주한 3대 도전은?

머니투데이 김재현 전문위원 | 2024.06.05 09:02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리는 아시아 최대 IT박람회 컴퓨텍스를 위해 젠슨 황 엔비디아 회장뿐 아니라, 인텔·퀄컴·AMD 등 글로벌 ICT 기업 수장들이 대만을 찾으며 현지는 온통 축제 분위기다.

지난 2일 ‘컴퓨텍스 2024’에서 기조연설하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로이터=뉴스1
젠슨 황은 지난 2일 '컴퓨텍스 2024' 기조연설에서 "대만과 엔비디아의 파트너십이 세계의 AI(인공지능) 인프라를 만들고 있다"며 TSMC가 없다면 글로벌 ICT기업들이 AI를 구현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AI 열풍으로 부상한 대만 반도체 공급망에서 핵심은 단연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업체 TSMC다.



TSMC 3대 회장 웨이저자의 단독경영 시대


웨이저자 TSMC 회장/사진=블룸버그
4일 개최된 TSMC 연례 주주총회에서 류더인 TSMC 회장이 물러나고 웨이저자(71) 최고경영자(CEO)가 회장직을 겸직하기 시작했다. 2018년 모리스 창(93) TSMC 창업자가 은퇴하면서 시작된 류더인 회장, 웨이저자 CEO 투톱 체제가 6년 만에 막을 내리고 웨이저자 단독경영 시대로 진입한 것이다.

웨이저자 회장은 모리스 창이 "가장 완벽하게 준비된 CEO"라고 격찬한 인물이다. 웨이저자가 걸어온 길을 살펴보자. 웨이저자는 대만 명문 국립교통대에서 전자공학 학사·석사를 졸업한 후 미국 유학길에 올라 예일대에서 전기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반도체 엔지니어다. 이 후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와 차터드반도체(현 글로벌 파운드리)를 거쳐 1998년 TSMC에 합류했다.

TSMC는 모리스 창(1대 회장), 류더인(2대 회장) 등 역대 회장 모두가 미국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고 미국 반도체 기업을 거쳐 TSMC에서 일하기 시작한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반도체 기술에 대한 이해력이 좋고, 미국 반도체 기업과의 협업에 유리한 대목이다.

2018년 류더인 회장과 웨이저자 CEO 투톱 체제 출범 이후 TSMC의 시가총액은 약 3배로 불어난 22조대만달러(약 934조원)를 기록했으며 매출과 순이익은 두 배로 늘었다. 또 TSMC는 엔비디아·애플·AMD·퀄컴 등 글로벌 ICT기업의 핵심 협력업체 자리를 굳히면서 단지 성공적인 반도체 제조회사가 아니라 필수적인 지정학 자산으로 간주되고 있다.



웨이 회장이 직면한 3대 도전…지정학, 부쩍 커진 TSMC 및 반도체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


TSMC 설비투자 추이/그래픽=김지영
글로벌 파운드리 1등을 차지한 TSMC지만, 웨이저자 회장이 마주한 도전도 만만찮다. 삼성전자와 인텔의 도전에 맞서 파운드리 경쟁에서 앞서가기 위해서는 막대한 투자도 필요로 한다. TSMC의 설비투자(CAPEX)는 2018년 105억달러에서 2023년 305억달러로 3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는 올해 대만 국방예산(6068억대만달러, 약 25조8000억원)을 뛰어넘는 규모다.

3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이 같은 상황에서 웨이 회장이 3대 도전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가장 중요하면서도 웨이 회장의 통제범위를 벗어나는 도전은 '지정학 리스크'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웨이 회장은 반도체 엔지니어 출신으로 국제정치와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지정학은 가장 중요한 불확실성으로 떠올랐으며 TSMC 경영진이 다뤄야 할 핵심 업무가 됐다.


대만경제연구소의 아리사 류 수석 반도체 연구원도 TSMC가 직면한 가장 큰 불확실성으로 국제 정치를 들었다. 그는 "불확실성에는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다가오는 선거에서 승리할지 여부, 새로운 지정학적 역학 관계가 형성될지 여부, 대만의 반도체 산업과 TSMC에 대한 미국의 태도가 어떻게 될지 등이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 세계 첨단 반도체 생산에서 대만이 차지하는 높은 비중을 언급하면서 대만이 미국으로부터 사업 기회를 뺐어 간다고 비난한 바 있다.

두 번째는 'TSMC 자체의 성장'이다. TSMC 임직원 수는 2018년 4만8000명에서 현재 7만6000명으로 늘었으며 인력 구성도 훨씬 다채로워졌다. 2018년 웨이 회장이 CEO를 맡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TSMC 생산라인 대부분은 대만에 있었다. 하지만 TSMC는 해외 확장을 시작하면서 일본 구마모토현과 독일 드레스덴에 생산라인을 건설하고 있으며 20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에 첨단 반도체 생산라인을 짓고 있다. 대만에 반도체 생산라인이 몰려 있던 시기와 비교하면 향후 회사 운영의 난이도가 훌쩍 높아질 전망이다.

마지막은 전체적으로 '반도체 산업이 마주한 패러다임 전환'이다. TSMC, 삼성전자 등 파운드리 선두업체는 컴퓨팅 성능을 높이기 위해 트랜지스터를 소형화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는 한편, 반도체를 혁신적인 방법으로 통합하고 연결하면서 새로운 발전을 모색하고 있다.

TSMC는 '칩 온 웨이퍼 온 서브스트레이트(CoWos)'라는 첨단 패키징 공정을 앞세워 엔비디아, 애플 등 빅테크 주문을 싹슬이하고 있다. CoWoS는 인쇄회로기판(PCB) 대신 실리콘 기반 '인터포저'라는 판 위에 메모리와 로직 반도체를 올리는 패키징이다. 기존 방식보다 실장 면적이 줄고, 칩간 연결속도를 향상시켜 고성능 컴퓨팅(HPC) 업계에서 선호하는 방식이다.

TSMC와 삼성전자의 글로벌 파운드리 점유율 추이/그래픽=이지혜
TSMC의 CoWos 공정은 TSMC가 지난해 4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 61.2%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삼성전자는 점유율 11.3%로 2위를 차지했다. TSMC가 반도체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 과정에서 초미세공정, 패키징 공정 등의 1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가 숙제다.

이 밖에도 대만 중앙통신사가 △미국·일본·독일 등 해외공장 확장 △파운드리 선두업체가 되기 위한 삼성전자와 인텔의 도전을 TSMC가 직면한 2대 도전으로 들 정도로 경쟁업체들의 공세도 만만찮을 전망이다.

웨이 회장은 지난 2월 대만 국립양밍교통대에서 명예박사학위를 받는 자리에서 삼성전자와 인텔을 향해, "TSMC와 경쟁해서 이길 방법은 없다"고 호언장담한 바 있다. 4일 회장 자리에 오른 웨이저자 회장의 TSMC가 어떤 길을 갈지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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