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에 고속도로 유도선 만드는 KCC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 2024.06.06 07:00
일반인과 달리 적색맹(P형)이나 녹색맹(D형)은 다른 색깔을 비슷한 색깔로 인지하기 때문에 배경색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컬러유니버설디자인이 적용된 판교원마을11단지 주차장/사진=KCC
2020년 기준 국내 전체 인구 5178만명 중 색각이상자는 163만명이다. 전체 인구의 3.1% 수준이다. 색맹이나 색약 같은 색각이상자는 유전적인 선천적 이상자와 당뇨나 망막변성 등 후천적 이상자가 있다. 이들은 조명이 어둡거나 채도가 낮을수록 색을 명확하게 구분하지 못한다.

KCC가 컬러유니버설디자인(Color Universal Design)을 연구한 것은 색각이상자 등 색깔에 취약한 계층이 적지 않다는 것을 인지하고 부터다. 2020년 첫 연구를 시작으로 이듬해 컬러디자인센터를 준공하며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컬러유니버설디자인은 색 취약계층도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설계된 색깔 디자인 매뉴얼이다. 식별이 용이한 배색과 명도 차이를 이용해 색깔 정보를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적이다. 예컨대 빨강부터 녹색, 노랑 계열의 중명도 이하 배경색은 색약자가 갈색으로 인식해 함께 쓰지 않는 식이다.

출구를 찾는 것이 생존과 직결되는 비상상황 발생시에도 컬러유니버설디자인은 도움이 된다. 센터에서는 어떤 색깔을, 어떤 패턴과 방식으로 디자인했을 때 정보를 가장 쉽고 직관적으로 인지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결과를 도출했다.

KCC의 컬러유니버설디자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곳은 영화관이다. 지난해 CGV 용산아이파크몰 6~7층과 영등포 스피어엑스관의 퇴장로에 이 디자인을 적용했다. 이달부터 강남점과 여의도점에도 도입하는 등 용처를 점차 늘리고 있다.


컬러유니버설디자인은 선천적 색각이상자 뿐 아니라 나날이 늘어나는 고령자에게도 도움이 된다. 어두운 곳에서 나오면 눈이 침침해지는데 길눈이 어두운 노인에게는 특히 치명적이다. 2년 전 50대 여성이 영화관에서 나와 화장실을 가려다 비상계단에 갇힌 뒤 골절상을 입은 사건도 안내 정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영향이다. 색 취약자에게 컬러유니버설디자인은 고속도로 출구에 그려진 색깔 유도선 같은 역할을 한다.

컬러유니버설디자인의 안전성이 알려지며 '2023 유니버설 국제 세미나 전시'에 참가해 강연했고 '한국색채대상 블루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또 송파 오금중학교, 판교 원마을 지하 주차장 등에 도입하는 등 활용범위를 넓히고 있다.

KCC 관계자는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건물의 가치를 높이는 한편 색각 특성에 상관없이, 남녀노소 구분 없이 모두가 안전하게 인지할 수 있도록 컬러유니버설디자인을 지속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컬러유니버설디자인이 적용된 CGV 여의도점 퇴장로/사진제공=KCC
CGV 영등포 스피어엑스관 퇴장로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개그맨들에게 폭력·따돌림 당해"…'뜬금 은퇴→해외행' 천수정 폭로
  2. 2 1000도 화산재 기둥 '펑'…"지옥 같았다" 단풍놀이 갔다 주검으로[뉴스속오늘]
  3. 3 [단독]유승준 '또' 한국행 거부 당했다…"대법서 두차례나 승소했는데"
  4. 4 "대한민국이 날 버렸어" 홍명보의 말…안정환 과거 '일침' 재조명
  5. 5 "임신한 딸이 계단 청소를?"…머리채 잡은 장모 고소한 사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