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관계자는 "이 회장이 함께 방문한 일행에게 '감지금니 묘법연화경'을 확대해 세밀하게 감상할 수 있는 '디지털 돋보기'를 직접 시연하는 등 적극적으로 전시 미술품을 소개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기획전을 방문한 수많은 관람객 중 한 명이다. 지난 두 달 동안 '연꽃처럼'의 누적 관람객은 6만명을 넘었다. 하루 평균 관람객이 1000명 이상이었다는 의미다. 기자가 호암미술관을 방문한 4일 오전에도 전시장 1·2층은 모두 관람객으로 붐볐다. 호암미술관 관계자는 "오늘 오전 관람객만 300명 이상인 것 같다"고 했다.
'연꽃처럼'은 한국·중국·일본의 불교 미술을 '여성'이라는 키워드로 조명한 전시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총 92점의 미술품을 전시했는데 이 가운데 47점은 한국에 처음 들여온 것이다. 삼성 관계자는 "기획·전시에 5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이 미술품만큼이나 관람객의 발길을 오래 붙잡는 작품은 이른바 '이건희 컬렉션'이다. 기획전에는 이건희 선대회장이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한 △불설대보부모은중경 △궁중숭불도 △자수 아미타여래도 등이 전시됐다. 2021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유족들은 이 선대회장이 문화유산 보존을 위해 평생 모은 개인 소장품 중 2만3000여점을 국립현대미술관·국립중앙박물관 등에 기증했다.
문화계는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 이건희 선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으로 이어지는 3대에 걸친 예술 사랑이 국민 '문화 향유권' 향상에 기여했으며 그 시작을 '호암미술관 개관'으로 평가한다. 호암미술관은 이병철 창업회장이 30여년에 걸쳐 수집한 미술품을 기반으로 1982년 개관했다. 이 창업회장은 개인적으로 모아온 문화재 1167점(국보·보물 10여점 포함)을 1978년 삼성문화재단에 기증했고 이것이 호암미술관의 기반이 됐다.
이건희 선대회장은 우리 문화재가 국내외에 흩어져 있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이를 모아 국립박물관의 위상을 높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2004년 리움미술관 개관식에서 "비록 문화유산을 모으고 보존하는 일에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들어갈지라도 이는 인류 문화의 미래를 위한 것"이라며 "우리 모두의 시대적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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