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주 쓸어 담는 외국인…국민연금은 밸류업 효과 '그림에 떡'

머니투데이 김도엽 기자 | 2024.06.04 16:39

[MT리포트]금융지주사법에 발목 잡힌 '은행주 밸류업'②

편집자주 | '코리아 밸류업'의 최대 수혜주로 꼽히는 은행주. 하지만 은행법에 근간을 둔 금융지주사법이 은행주 밸류업을 가로막고 있다. 안정적인 수익률, 전 국민에게 돌아가는 배당수익으로 국민연금이 최적의 투자자로 꼽히지만 매수하는데 제한이 따른다. 일부 은행지주사는 대주주 지분율이 높다는 이유로 자사주 소각을 못할까 고민할 정도다. 은행주가 밸류업 모범생이 되고 국민 배당주로 거듭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본다.

4대 금융지주 외국인 지분율/그래픽=김다나
최근 4대 금융지주의 외국인 지분율이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 사의 주주환원 정책이 강화되고 지난 2월 정부가 발표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효과로 '저평가주'로 지목되던 은행주에 외국인 매수세가 집중된 것으로 풀이된다.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은행주가 배당을 늘리면 결국 국부가 해외로 유출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지난 3일(종가 기준) 외국인 지분율은 단순 평균 62.48%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59.70%)에 견줘 2.78%포인트(P) 가량 늘었다.

개별 금융사로는 KB금융의 외국인 지분율이 지난해 말 72.02%에서 지난 3일 76.54%로 4.5%P 이상 늘어 80%대를 바라보고 있다. 4대 금융 가운데 가장 외국인 지분율이 낮은 우리금융은 같은 기간 37.96%에서 42.61%로 4.65%P 뛰면서 상승 폭이 가장 컸다.

아울러 신한금융은 60.24%에서 60.85%, 하나금융은 68.57%에서 69.92%로, 일제히 외국인 지분 비중이 높아졌다.

코스피 시장 전체 외국인 지분율이 지난해말 18.83%에서 지난 3일 19.61%로 약 0.8%P 올랐지만, 금융지주들과 비교하면 낮은 편이다.

국내 은행업종의 외국인 지분이 높은 이유는 IMF 외환위기 당시 공적자금을 받은 은행들이 민영화하면서 외국인들이 지분을 많이 사들였기 때문이다. 하나은행에 합병된 외환은행이 당시 미국계 펀드사 론스타를 주인으로 맞으면서 외국인 지분이 1% 미만에서 70% 이상까지 급증하기도 했다. 해외 연기금이 안정적인 배당을 목적으로 장기 투자하는 경우도 많다.


문제는 높은 외국인 지분으로 인해 금융지주들이 배당을 확대할 때마다 '국부 유출' 논란이 일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4대 금융지주가 영업이익 중 79%(40조4348억원)를 이자이익으로 벌어들이는 등 이자는 국내에서 받아 배당했는데 외국인 지분율이 높다보니 해외에 유출되고 있다. 4대 금융지주가 지난해 결산배당으로 지급한 1조7906억원 중 1조1131억원이 외국인 몫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금융지주들의 적극적인 주주환원을 막는 원인 중 하나로 꼽혔다.

금융권에서는 지분보유 한도 등 규제를 완화해 국민연금이 은행주 매수에 나선다면 밸류업 여력이 커지고 '국부 유출' 논란도 줄일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최근 금융지주들이 일제히 주주환원을 확대하며 국내 투자자가 유입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난해 4대 금융지주의 총주주환원율은 33~38.6%로 지주별로 전년(27~30%) 대비 6.0~10.7%P 확대됐다. 특히 KB금융은 최근 금융지주 가운데 첫 번째로 '밸류업 공시'에 참여하며 기업 가치를 높이고 나섰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배당을 꾸준히 하고 배당성향을 높인다는 확신만 주어진다면 국내 투자자들도 은행주에 적극적으로 들어올 수 있다"라며 "이익이 늘어도 배당은 소심하다는 게 은행주들에 대한 비판이었는데 그걸 뒤집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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