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현지시간) 개막한 미국 샌디에이고 '2024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이하 '바이오 USA')에는 수만명 인파가 행사 현장을 찾았다. 행사 시작을 알린 이날 삼성바이오로직스에만 방문객 1000여명이 몰리는 등 'K-바이오'의 입지가 굳어졌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였다. 롯데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SK바이오팜·SK바이오사이언스 등 부스에도 최소 300~500명가량의 방문객이 모여들었다.
한국 기업의 신뢰도와 인지도 강화적 측면도 있지만, 미국 정부가 올 초부터 중국 바이오산업 견제 목적으로 추진 중인 '생물보안법'(Biosecure Act)의 여파도 무시할 수 없다. 법안에 언급된 '우시바이오로직스' '우시앱텍' 등은 중국 최대의 바이오 의약품 CDMO 기업으로, 전 세계 CDMO 시장의 약 10% 비중을 차지하는 글로벌 3위 업체다. 현재 미국 정부는 법안을 구체화하고 있다. 최근 상원과 하원 위원회를 통과했고 본회의 의결과 조 바이든 대통령 서명만 남겨둔 상태다.
실제 생물보안법 추진 이후 국내 기업의 주목도는 높아지고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내년 가동을 목표로 하는 미국 시러큐스 바이오캠퍼스 ADC(항체-약물접합체) 생산시설과 지난 3월 착공에 들어간 송도 바이오캠퍼스 1공장 완공 일정에 대한 관심이 크다"며 "생물보안법 추진 이후 해외 기업에서 계약 등 비즈니스 관련 문의가 계속 오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업계에선 정부가 나서 중국 기업을 견제하는 만큼 "대세를 따르겠다"는 분위기가 감돈다. 바이오 USA 현장을 찾은 한 미국 항암제 개발 바이오벤처 대표는 "미국 제약·바이오 기업 사이에서 중국 제조업체와 협력하는 것에 불안감을 느끼는 건 맞다"며 "CDMO는 개발 초기 단계에 있어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지금 분위기로는 중국 CDMO 및 CMO(위탁생산) 기업과 협력하는 건 매우 위험하다고 느낀다"며 "업계 우려를 해결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에 분명한 기회인 건 맞지만 일본 CDMO사 후지필름의 공격적인 사업 확장을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게 업계 반응이다. 상대적으로 미국과 우호 관계 측면에서 우세한 일본이 우시의 '빈집'을 노리고 있어서다. 정부 차원의 CDMO 사업 등 관련 지원이 비교적 부족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 부회장은 "후지필름이 최근 공장을 확대하고 있는데 이렇게까지 본격적으로 투자하는 모습은 처음"이라며 "일본은 정부가 바이오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기업 세제 혜택 등 우리 자체적으로도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바이오협회는 오는 4일(현지시간) 미국바이오협회와 비공개로 '한·미 라운드 테이블' 회의를 진행, 아젠다를 도출한 뒤 오는 6월 말쯤 바이오 협력 관련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한·미 라운드에서도 생물보안법 내용이 의제로 거론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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