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프랑스에선 극우정당 '국민연합'(RN)의 조르당 바르델라(28) 대표의 인기가 대단하다. 젊고 친근한 매력으로 120만명의 틱톡 팔로워를 보유한 바르델라가 참석하는 집회에는 수천명의 구름 군중이 몰리는데, 이들 중 상당수가 20대 초반의 젊은 층이다. 마약상이 들끓는 우범지대의 미혼모 가정에서 태어나 16세에 '국민연합'에 입당, 20대 중반 당 대표 자리를 꿰찬 그의 독특한 이력에 박수를 보내고 연금개혁 반대, 이민 반대 등 공약에 힘을 싣고 있다.
오는 6~9일 제10대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10~30대 젊은 유권자들 사이에서 '극우 열풍'이 일고 있다. 그동안 정치에 아예 무관심하거나 특정정당 지지의사를 밝히지 않았던 젊은 층이 목소리를 내면서 수십년간 이어진 '중도' 정당 중심의 유럽 정치 판도가 바뀔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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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우, 좋아요"…10~30대 지지율 30% 넘어선 프랑스━
네덜란드에서도 18~34세 젊은 유권자의 30% 이상이 극우정당인 '자유당'(PVV)을 지지한다고 응답했다. 극우 성향인 스웨덴의 '스웨덴민주당'(SD)은 20% 안팎, 이탈리아의 '이탈리아형제들'(Fdl)과 독일의 '독일을위한대안' 등은 각각 15% 안팎의 지지율을 확보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달 실시한 최근 조사에선 14~29세 독일인의 22%가 '독일을위한대안'을 지지한다는 집계도 나왔다. 이는 지난해 12%보다 크게 증가한 수치다.
외신들은 이번 유럽의회 선거에서 제3그룹이 바뀔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 유럽의회에선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한 중도 성향 정치그룹(철학이 맞는 각국 정당들의 모임) 3곳(유럽국민당(EPP)·사회민주진보동맹(S&D)·리뉴유럽(RE))이 협력해 법안을 통과시켜 왔는데 젊은 지지층을 등에 업은 극우그룹이 약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세 번째로 의석이 많은 중도 정치그룹인 '리뉴유럽'이 쪼그라들어 '정체성과민주주의'(ID), '유럽보수와개혁'(ECR) 등 극우 정당에 자리를 내 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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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였던 유럽 청년들, 왜 '극우'가 됐나━
그 어떤 것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무능한 정권을 심판하겠다는 의지가 유럽 청년들의 정치 참여를 이끌었다는 해석이다. 극우 정당들이 불법이민 차단, 연금개혁 반대, 우크라이나 지원 중단 등 구체적인 공약을 내건 것도 젊은 유권자들을 잡는 데 주효했다.
FT·로이터 등 주요 외신들도 높은 생활비와 불법 이민, 에너지 위기 등에 좌절한 유권자들이 주류 정당을 넘어선 대안을 모색하면서 극우 정당이 득세한다고 봤다. 실제 최근 여론조사에서 30대 미만 독일 젊은이들은 인플레이션(65%), 비싼 집값(54%), 노후 빈곤(48%), 사회 분열(49%), 불법이민 및 난민 증가(41%) 등이 걱정된다고 답했다.
극우당인 '국민연합'을 지지한다는 프랑스의 한 대학생은 "집값은 물론이고 매일 먹어야 하는 빵과 치즈, 버터까지 오르지 않은 것이 없다"며 "마크롱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지원보다 당장 프랑스 국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독일을위한대안'을 지지하는 독일의 한 20대 직장인은 "젊은 세대가 부모 세대보다 가난한 것이 왜 당연하냐"며 "연금·기후·난민 등 막대한 비용을 젊은 세대에 전가하는 정권을 거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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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프-독' 극우정당 뭉치나…'우회전' 가능해진 유럽━
프랑스 국민연합의 마린 르펜 의원이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에게 새 연대를 맺자고 제안했는데 유럽을 대표하는 극우 정치 세력이 손을 잡으면 파급력이 상당할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중도 성향이었던 유럽 의회가 이번 선거를 기점으로 오른쪽으로 기울고, 멜로니·르펜 등 정치인의 영향력이 더 커질 것이라고 가디언은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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