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국내 4대 금융그룹의 지분을 △KB금융 8.23% △신한금융 8.04% △하나금융 8.49%(이상 2024년 1분기말 기준) △우리금융 6.31%(2023년말 기준)을 보유 중이다. 이중 KB금융과 신한금융, 하나금융은 국민연금이 최대주주다.
PBR(주가순자산비율)이 0.3~0.5배인 은행주는 한국 증시의 대표적인 저평가주로 정부가 추진 중인 코리아 밸류업의 프로그램의 중심에 있다. 밸류업과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으로 주가도 많이 올랐다. 올해 들어서만 KB금융이 43.4%, 하나금융이 39.2% 상승했다.
국민연금이 10% 이상 보유한 국내 주식도 많지만 은행주를 더 담기는 여의찮다. 금융지주회사법의 보유 제한 규정에 막혀서다. 2011년 정부가 국민연금을 금융자본으로 유권해석을 내리고, 2013년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국민연금을 포함한 연기금이 특정 기업의 지분을 10% 이상 보유할 수 있도록 '10%룰'이 개정됐으나 은행주는 예외다.
금융지주회사법은 동일인이 은행지주회사의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수의 10%를 초과해 보유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초과 보유를 위해서는 금융당국의 승인 심사 절차를 밟아야 한다. 국민연금도 마찬가지다. 지분 확대가 어려우면서 은행주의 배당 확대 수혜도 제한적이다. 4대 금융지주는 지난해 결산배당으로만 1조7900억원을 배당했는데, 국민연금은 1380억원가량을 가져간 것으로 추산된다. 대부분은 해외 주주들에게 돌아갔다.
금융권 관계자는 "몇 년 전만 해도 국민연금이 주요 은행주 지분을 10%에 육박할 정도 갖고 있었으나 최근 8%대에 맞추고 있다"며 "은행주의 자사주 소각 등이 활발해지면서 10% 보유 제한에 여유를 두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
'10%룰' 은행주 저평가·외국인 지분 증가 요인 중 하나…배당 확대, 국민 노후 자금 관리에 도움━
자산이 1101조원까지 늘어난 국민연금 입장에서 은행주는 최적의 투자처 중 하나지만 투자를 늘리기가 힘들다. 국민연금의 해외주식 투자 비중은 33.3%로 국내주식 투자 비중(14.2%)보다 19.1%포인트 높다. 장기적으로 안정적 수익을 낼 수 있는 국내 투자처가 적다는 게 비중 차이의 이유 중 하나다.
지난해 4대 금융지주의 현금배당수익률(4일 종가기준)은 3.94~7.11%로 국민연금의 수요를 채워줄 수 있다. 또 연기금의 은행주 보유는 배당 확대가 국민 전체에게 돌아간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이자 수익으로 거둔 이익을 배당 확대에 쓰고, 이것이 국민 노후 자금 관리에 도움을 주는 구조를 기대할 수 있다.
아울러 지분 제한은 국민연금의 직접 투자뿐만 아니라 위탁운용사의 은행주 매수에도 영향을 준다. 개인의 관심이 적고, 주요 기관의 매수가 제한되는 상황은 은행주 저평가의 주요 원인으로도 지목된다. 또 외국인의 지분율이 높은 것(4대 금융 평균 63%)에도 영향을 줬다.
금융지주 고위 관계자는 "연기금 지분 제한이 완화된다면 금융그룹 입장에서는 주식을 살 수 있는 투자자가 늘어나는 것이 우선 반가울 것"이라며 "현재 국민연금뿐만 아니라 위탁운영사 등 기관투자자도 제한이 되기 때문에 국내 수급 자체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국민연금의 은행주 지분 확대가 경영권 간섭으로 이어질 수 있는 우려가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부당한 경영권 간섭이 이뤄지지 않도록 경영을 잘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단계적인 '10%룰' 완화 방식도 거론된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위원은 "은산분리 이슈와 엮여있기 때문에 여러 방면에서 검토가 해야 한다"면서도 "주요 투자자의 보유 한도 규제로 인해 밸류업을 할 수 있는 여력이 줄어드는 부분이 있어 제도개선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