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당초 계획했던 올해 10조원 수준의 설비투자 계획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수요부진에 직면한 유럽과 중국에 위치한 공장의 증설 속도를 조절하는 게 유력하다. 반면 총 352GWh(기가와트시)에 달하는 북미 생산라인 투자계획은 최대한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창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북미 생산능력 확보를 위한 필수적 증설에 선택과 집중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터리 3사 중 가장 설비투자에 보수적이었던 삼성SDI의 경우 최근 북미 진출에 속도를 내기 시작하고 있다. 스텔란티스, GM 등과 함께 총 100GWh 규모의 합작공장을 짓고 있는데, 여기에 삼성SDI 단독공장 설립 역시 추진하는 중이다. 스텔란티스 합작 1공장의 경우 당초 가동 목표가 내년 1분기였는데, 이 일정을 올해 말로 앞당겼다.
SK온은 북미 조지아 공장(22GWh), 블루오벌SK(127GWh), 현대차 합작공장(35GWh)의 라인업을 구축한다. 특히 대규모 공장인 블루오벌SK가 가동되는 내년부터 본격적인 북미 시장 공략이 시작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북미에서 중국산 배터리를 쓰던 닛산이 IRA(인플레이션감축법)의 영향으로 SK온과 동맹을 맺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 공장 한 곳마다 수 조원씩 하는 투자를 이렇게 한 지역에 대규모로 하는 건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사실상 사활을 걸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북미 지역 역시 캐즘에서 자유롭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향후 수요 회복세가 가장 강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 글로벌 불황 속에서도 고용 시장이 가장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는 지역이어서 금리 인하시기가 도래할 경우 캐즘 극복 속도가 빠를 것이라는 평가다. 전기차 침투율이 유럽이나 중국과 달리 10% 미만이어서 잠재 수요도 가장 풍부하다. 북미 생산라인 확보를 위해 수 십 조원을 선제적으로 투자한 게 향후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현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2030년까지 전동화 비율 50% 달성 감안 시 북미 출신 완성차 기업들의 전기차 침투율 2~7%는 너무나도 낮은 수준"이라며 "전기차 라인업도 지난해 58종에서 2028년 154종으로 증가하는 만큼 배터리 수요도 비례하여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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