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中 전기차·배터리의 '품질굴기'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 2024.06.05 04:11
중국 비야디의 소형 전기차 '시걸'(Seagull). /로이터=뉴스1
"중국 전기차와 배터리의 '품질'이 떨어질 것이란 고정관념부터 깨야 한다."

최근 이차전지 업계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말이다. 한국산 전기차나 배터리가 품질을 앞세워 중국의 저가공세를 수월하게 이겨낼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감부터 없애고,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뜻이 담겼다.

배터리부터 전기차 제조 능력을 모두 갖춘 BYD가 최근 선보인 '시걸'과 같은 제품만 봐도 이같은 우려를 이해할 수 있다. '시걸'의 가격은 1만 달러(약 1300만원) 이하로 책정됐다. 그런데 단순 초저가만 앞세운 게 아니다. 최근 CNBC는 '시걸'을 두고 "예상치 못한 품질과 기대 이상의 안정성을 갖췄다"고 비중있게 소개했다.

중국의 전기차 굴기는 수치로도 증명된다. 유럽운송환경연합(T&E)에 따르면 BYD 등 중국 전기차 기업들의 유럽 시장 점유율은 2019년 0.4%에서 지난해 8%로 늘어났다. 이 수치는 올해 11%를 거쳐, 2027년에는 20%에 달할 전망이다. 단순 가격이 싼 것 만으로는 설명이 불가한 수준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중국산 전기차와 배터리에 대한 장벽이 마련되고 있는 것은 국내 기업 입장에서 환영할 일이다. 미국은 중국산 배터리와 소재를 쓰는 전기차의 경우 보조금을 받을 수 없게 한 것에 이어 전기차(100%), 배터리(25%) 등에 대한 관세 폭탄을 결정했다. EU(유럽연합) 역시 관련 산업 보호를 위한 관세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하지만 '규제'에만 기대서는 본질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 초저가에 괜찮은 품질까지 갖춘 중국 제품의 러시가 결국 관세 장벽을 무력화시킬 것이란 전망도 적잖다. 현대차와 배터리 3사는 꾸준히 R&D(연구개발) 투자를 늘리며 가격 경쟁력 및 품질 개선을 추구하고 있지만, 중국이란 강적을 상대하기 위해선 정부의 지원도 절실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등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정부가 책정한 예산이 '2028년까지 1172억원'에 불과한 점은 아쉬움이 남는다. 중국은 국가적으로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만 1조원 넘게 투입할 예정이다. BYD 등이 고성능 배터리를 먼저 장착해 품질 경쟁력을 다시 한 번 끌어올린다면, 우리 기업이 설 공간은 더욱 좁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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