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증시에 호재였던 경제지표 부진, 이젠 악재로 바뀌나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 2024.06.04 09:13
미국 국기와 월가 표지판 /로이터=뉴스1

그간 미국 증시에 경제지표 부진은 호재로 인식됐다.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하를 앞당길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경제지표 부진이 쌓이면 심각한 경기 둔화나 심지어 경기 침체를 예고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져 오히려 증시에 큰 악재가 될 수 있다.

미국 증시가 높은 금리 수준에도 지난해부터 상승세를 이어온 것은 경기 호조세가 유지되며 기업 실적이 성장했기 때문이었다. 경기 악화는 소비자들과 기업의 수요를 낮춰 기업 실적에 압박을 가한다.

3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 경제지표는 예상보다 약했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의 5월 제조업 지수는 48.7로 지난 4월의 49.2에 비해 하락했고 이코노미스트들의 전망치 49.6도 하회했다.

지난 4월 건설 지출도 전월 대비 0.1% 감소해 0.2% 증가할 것이란 이코노미스트들의 전망치를 밑돌았다.

이에 따라 미국의 10년물 국채수익률은 전 거래일 대비 0.111%포인트 급락한 4.401%로 마감했다.

하지만 국채수익률 하락시 상승했던 미국 증시는 혼조세를 보이는데 그쳤다. 이날 다우존스지수는 0.3% 하락하고 S&P500지수는 0.1% 간신히 상승 마감했다. 나스닥지수는 0.6% 올랐다.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 상승은 엔비디아가 4.9% 급등한 영향이 컸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주식 및 퀀트 전략가인 권오성은 이날 투자 노트에서 "지난 두달 동안은 경제 악재가 증시에 호재였지만 성장률이 지나치게 약화되면 경제 악재가 증시에도 악재로 바뀔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최근 경제지표는 전반적으로 약화되고 있으며 최소한 이코노미스트들의 전망치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실제 경제지표에서 시장 컨센서스를 차감해 둘 사이의 차이를 보여주는 씨티 경제 서프라이즈 지수는 지난 4월 중순부터 내려가기 시작해 지난 5월 말에는 마이너스로 돌아서 총 120% 하락했다.


이런 가운데 오는 7일에는 인플레이션 지표와 더불어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에 가장 중요한 고용지표가 발표된다.

지난 5월 비농업 부문 일자리 증가폭은 17만8000건으로 전망된다. 이는 전월 17만5000건과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 5월 실업률은 3.9%로 전월과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는 비농업 부문의 일자리 증가폭이 이 전망치대로 나온다면 일자리 창출은 너무 많지도, 너무 적지도 않은 12만5000건에서 17만5000건의 '골디락스 범위'에 놓이게 된다고 봤다. 골디락스란 경제가 너무 과열되지도 않고 너무 냉랭하지도 않은 딱 적당한 상태에 있는 것을 말한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는 일자리 증가폭이 12만5000건 밑으로 떨어지면 실업률 상승이 샴 법칙의 기준을 넘어서 경제 악재가 증시 호재에서 그대로 악재로 바뀔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샴 법칙이란 뉴 센추리 어드바이저의 이코노미스트인 클라우디아 샴이 고안한 것으로 3개월 평균 실업률이 지난 12개월 최저치 대비 0.5%포인트 이상 올라가면 경제가 침체 초입에 들어선 것으로 판단된다는 이론이다.

현재 지난 12개월 실업률 최저치는 3.5%이다. 샴 법칙에 따라 경기 침체가 시작됐다는 판단을 내리려면 3개월 평균 실업률이 4.0%가 돼야 하고 이를 위해선 5월 실업률이 4.3%로 올라가야 한다.

하지만 뱅크 오브 아메리카는 현재로선 5월 실업률이 4.3%로 올라갈 가능성이 없으며 오히려 비농업 부문의 일자리 증가폭이 시장 컨센서스보다 많은 20만건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는 "인플레이션이 억제되는 한 경제 성장세가 강하게 유지되는 것이 증시에도 긍정적"이라고 지적했다. 증시에 금리 인하보다 중요한 것은 인플레이션을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경제가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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