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발진 원인 지목된 '우주방사선'…반도체업계 주목한 '소프트에러'

머니투데이 경주(경북)=박건희 기자 | 2024.06.04 06:00
경북 경주에 위치한 한국원자력연구원 양성자과학연구단에서 양성자 가속기의 성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

# 2009년 9월 미국. 일가족을 태우고 고속도로를 달리던 '렉서스 ES350' 차량이 갑자기 시속 120㎞로 달리기 시작했다. 브레이크 페달은 말을 듣지 않았고 시동도 끌 수 없었다. 차량은 다른 차들을 들이박은 뒤 길가로 굴러떨어졌다.

토요타 대규모 리콜 사태의 시발점이 된 이 사건은 '기계적 결함(페달)'이 원인으로 지목되며 2011년 2월 종료됐다. 미 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JPL)는 우주방사선에 의한 소프트웨어 오류 가능성을 제기했다. 결국 2013년 10월 급발진은 기계 결함이 아닌 소프트웨어 결함 때문이었음이 법원 판결에 의해 드러났다.

국내 유일 양성자가속기를 보유한 한국원자력연구원 양성자과학연구단이 우주방사선에 의한 반도체 결함을 잡아내기 위해 오는 8월부터 24시간 가동을 시작한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의 쏟아지는 수요에 따라 가동시간을 확대키로 했다. 지난달 30일 경북 경주시에 위치한 한국원자력연구원 양성자과학연구단에서 만난 이재상 양성자과학연구단장은 "토요타 사건 후 우주방사선이 일으키는 '소프트 에러'(soft error)에 대한 관심이 반도체업계를 중심으로 커졌고 가속기 실험을 통해 결함을 예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졌다"고 말했다.

사람 눈에 보이진 않지만 지구에는 양성자, 중성자, 뮤온 등 수백 MeV(메가전자볼트)급 고에너지 입자로 이뤄진 우주방사선이 끊임없이 떨어진다. 지상의 전자장비나 우주관측장비가 방사선에 노출되면 일시적 오류가 발생하거나 영구손상을 입는다. 이를 소프트 에러라고 부른다.

소프트 에러를 사전에 잡기 위해 필요한 게 양성자가속기다. 양성자가속기는 양성자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한 후 물질과 충돌시켜 물질의 구조와 특성을 변화시키거나 새로운 물질을 생성하는 연구시설이다. 100MeV에 달하는 고에너지 빔을 쏘면 방사선에 노출된 반도체에 어떤 결함이 생기는지 몇 초 만에 확인할 수 있다.


2017년 1.37대1을 기록한 양성자 빔서비스 경쟁률은 더 높아진다. 2020년 이후 3대1 정도의 경쟁률을 유지 중이어서 신청자 3명 중 1명만 품질을 검사하는 꼴이다. 이 단장은 "효과적 지원을 위해 올해 8월부터 가속기를 24시간 가동한다"고 밝혔다. 반도체기업의 양성자가속기 활용은 증가 추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단연 '최다 사용자'다. 120~130일 정도인 연간 빔서비스 일수 중 40%를 반도체기업이 차지한다. 인공위성 개발이 활발해지며 우주부품기업도 들어오기 시작했다. 반도체·우주를 합치면 연간 빔서비스 일수의 약 60%를 굵직한 산업체에서 활용한다. 이 단장은 "해외 의존도가 높은 최종 반도체 실증시험을 국내에서 완료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성자가속기를 구성하는 빔라인의 내부 모습. 전기장을 이용해 양성자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한 후 물질과 충돌시키는 공간이다. /사진=박건희 기자

빔라인에서 생성된 최대 100MeV에 달하는 에너지가 최종적으로 목표한 제품에 빔을 쏴 그 영향을 확인하는 공간인 표적실. /사진=박건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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