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할 것 없는 중국의 "가격 낮춰", 러시아 가스관 사업 좌초?

머니투데이 김종훈 기자 | 2024.06.03 20:25

FT "러시아→중국 '시베리아의 힘 2' 가스관 사업 사실상 좌초" 보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 궁에서 전국 각지의 대가족과 화상으로 열린 모임에 참석을 하고 있다./AFPBBNews=뉴스1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가스 수출 활로를 찾기 위해 밀어붙이고 있는 대규모 가스관 건설사업 '시베리아의 힘 2'가 좌초된 것으로 보인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가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 가스 수출이 막히면서 러시아는 중국 수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 중국은 이 같은 상황을 이용해 러시아에 상당한 대가를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 "가격 깎고 매입량도 줄이겠다" 러시아 "비이성적 요구"


3일(현지시간) FT는 익명 소식통 세 명을 통해 교차 확인한 결과 시베리아의 힘 2 사업이 사실상 좌초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한 소식통은 중국이 러시아 국내 가격 수준으로 가스 공급가격을 낮춰줄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시베리아의 힘 2를 통해 연 500억m³ 가스를 수송하기로 했음에도 이중 극히 일부만 매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에 러시아 측에서 "중국이 불합리gks 요구를 한다"고 맞서면서 사업이 사실상 좌초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시베리아의 힘 2는 러시아 북부 야말반도에서 남쪽으로 뻗어 몽골 울란바토르를 거쳐 중국까지 6700km를 연결하는 가스관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계획대로라면 러시아는 이 가스관을 통해 연 500억m³의 가스를 중국 북부까지 보낼 수 있게 된다.



"중국에 연 1000m³ 수출" 러시아 꿈, 시베리아 힘 2에 달렸다


러시아는 2019년부터 가동 중인 시베리아의 힘 1 가스관을 통해 중국 가스 수출량을 급속도로 늘리고 있다. 러시아 인테르팍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 2월 한 달 간 러시아는 중국에 25억m³의 가스를 공급, 투르크메니스탄(같은 기간 24억m³)을 제치고 최대 가스 공급처로 자리잡았다.

러시아 최대 가스업체 가즈프롬의 알렉세이 밀레르 최고경영자(CEO)는 타스통신 인터뷰에서 시베리아의 힘 1 가스관 수송량이 내년 380억m³을 기록, 한계 수송량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몽골을 경유하는 가스관까지 고려하면 중국 수출량은 연 1000억m³가 될 것"이라고 했다.


밀레르 CEO가 말한 몽골을 경유하는 가스관은 시베리아의 힘 2를 가리킨다. 시베리아의 힘 2 가스 수송량이 연 500억m³임을 감안한다면 중국 목표 수출량의 절반이 시베리아의 힘 2 사업에 달렸다는 말이 된다. FT는 가즈프롬이 유럽 가스 수출량 급감으로 지난해 69억 달러 규모의 손실을 입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왜 사업 질질 끄나


푸틴 대통령이 직접 나서 사업을 밀어붙였음에도 중국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3월 시 주석과 회담한 후 "시베리아의 힘 2에 대해 거의 모든 부분에서 합의했다"고 언론에 밝혔다. 그러나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시 주석은 이에 대해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며 "공동발표문을 봐도 두루뭉술한 내용뿐"이라고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이 5선에 성공하고 지난 5월 중국을 국빈 방문했을 때 밀레르 CEO가 동행하지 않은 것도 시베리아의 힘 2 사업이 교착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라고 FT는 설명했다.

중국이 사업을 끄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중국이 시베리아의 힘 2 사업을 최종 승인, 러시아의 가스 수출길을 열어준다면 서방에서 강력한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 외교전문지 더디플로맷은 "베이징은 계약서에 서명하는 순간 미중 관계가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는 정확한 판단"이라며 "중국이 이 사업에 합의한다는 것은 서방에 매우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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