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졸업유예 최대 7년까지…국가대표 중소기업 100개 뽑는다

머니투데이 세종=박광범 기자, 세종=정현수 기자 | 2024.06.04 05:20
기업 성장사다리 구축방안 주요 내용/그래픽=조수아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해도 중소기업 특별세액감면 등 세제상 중소기업 혜택을 받는 유예기간이 3년에서 5년으로 늘어난다. 코스피·코스닥 상장 중소기업은 2년 추가 유예(총 7년)를 받는다. 또 중견기업에 진입하더라도 일정기간은 기존 중견기업보다 더 큰 R&D(연구개발) 및 투자세액 공제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또 가칭 '성장사다리 점프업 프로그램'을 신설해 우수 중소기업에 성장전략 자문 및 성장바우처(기업당 2억원 한도) 등 재정지원도 제공한다.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의 경우 가업승계도 지원한다.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중소기업을 지금보다 2배 이상 늘려 궁극적으로 우리 경제 역동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 등이 담긴 '기업 성장사다리 구축방안'을 발표했다.



'피터팬 증후군' 막는다…졸업 중소기업 세제혜택 불이익 없앤다


정부는 우선 기업규모가 커져 중소기업 기준을 초과해도 세제상 중소기업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유예기간을 기존 3년에서 5년으로 완화한다. 직접 금융시장에서의 자금조달 및 밸류업 지원을 위해 코스피·코스닥 상장 중소기업은 2년 추가 유예를 적용한다.

중소기업 졸업 5년 뒤부터 R&D 및 투자세액공제 혜택이 한번에 줄지 않도록 점감구조도 마련했다. 유예기간(5년)이 경과돼 중견기업에 진입한 기업에 대해 최초 3년간 기존 중견기업보다 높은 세액공제 혜택을 적용하는 식이다.

구체적으로 R&D 세액공제의 경우 중견기업보단 5%p(포인트) 높고 중소기업보단 5%p 낮은 세액공제율을 적용한다. 신성장·원천기술 기준 현재 중소기업은 30%, 중견기업은 20%의 세액공제율이 적용되는데 유예기간이 지난 초기 중견기업은 최초 3년간 25%의 세액공제율을 적용하는 식이다. 일반분야 R&D 세액공제의 경우 3년보다 긴 최대 5년까지 중견기업보다 높은 세액공제 혜택을 준다.

이처럼 제도가 바뀌면 중소기업을 졸업해 갓 중견기업에 진입한 기업들의 성장 과정에 세부담이 크게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올해 중소기업 기준을 초과한 A기업이 향후 10년 간 매년 신성장·원천기술 분야 R&D에 200억원, 시설투자에 100억원을 지속 투자했을 때 바뀐 제도를 적용받으면 91억원의 세금을 아낄 수 있다.



'성장사다리 점프업 프로그램' 신설…전담 디렉터 붙여주고 2억원 한도 바우처도 준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구 소재 중소 수출기업 (주)링티(대표 이원철)를 현장방문해 임직원 및 유관기관들과의 간담회를 가졌다./사진제공=기재부
유망 중소기업 연간 100개를 선정해 3년간 밀착 지원하는 '성장사다리 점프업 프로그램'도 신설한다. 전직 기업인, 민간 투자기관(VC·CVC 등) 등으로 구성된 네트워크 풀에서 기업 특성 및 도전요인에 맞는 전담 디렉터를 각 기업에 배정한다. 이후 전담 디렉터를 중심으로 M&A(인수합병)·해외진출·재무관리 등 기업 성장에 필요한 자문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기업마다 오픈형 성장바우처를 발급한다. 기업당 2억원 한도 내에서 M&A, 해외진출, 재무관리, 특허(IP), R&D 등 기업 성장에 필요한 서비스를 자유롭게 수행하면 소용 비용을 정부가 지원하는 것이다.

아울러 해당 프로그램에 선정된 기업은 수출, 인력, R&D, 융자·보증 분야 정부지원 사업에 우선선발 및 가점 부여 등 우대 혜택도 주어진다.



'매출 5000억 미만' 가업상속공제 대상 확대 검토


원활한 자금조달을 위한 릴레이 금융지원도 강화한다. 먼저 기술력과 혁신성이 높은 유망 중소기업을 민간 금융기관 대출 프로그램으로 연계해 지속 성장을 유도한다. 이를 위해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과 기업은행이 산업은행 및 시중은행과 MOU(업무협약)를 맺어 중소기업 중책금융에서 은행권 중견기업 전용 저리대출로 연계한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5조원 규모로 조성한 '은행권 공동 중견기업 전용펀드'는 20% 이상을 예비·초기 중견기업에 우선 투자한다.


또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및 미래전략산업 등 첨단산업 분야 중소기업 스케일업에 5000억원 신규보증을 지원한다. 중소기업 전용 '일반 P-CBO(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는 초기 중견기업까지 지원하는 '성장사다리 P-CBO'로 개편해 6000억원 규모로 공급한다.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이 직접 P-CBO를 발행해 발행금리를 최대 0.5%p(포인트) 낮추겠단 계획이다.

아울러 투자 등 증가율이 일정수준 이상인 스케일업 기업에 대해선 가업승계도 지원한다. 정부는 현재 중소기업 및 매출액 5000억원 미만 중견기업에 적용되는 가업상속공제제도 적용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또 가업상속 공제 대상이 되는 사업용 자산의 범위 확대도 검토한다.

이밖에 민간투자 연계형 R&D 확대를 위해 스케일업 팁스에 500억원 규모의 CVC(기업형 벤처캐피탈) 공동출자 펀드를 도입한다. 기보에 'M&A 전담센터'를 마련하고 기업은행의 M&A 플랫폼과 연계해 특별대출·특례보증 등 M&A 지원도 강화한다. 기보의 중소기업 기술평가정보, 신용정보원의 재무분석정보 등 공공정보를 민간 금융기관에 적극 개방해 민간투자 접근성도 높인다.



'피터팬 증후군'에 시달리는 기업들 왜?…'성장사다리' 올라탈까


정부가 이번 대책을 마련한 건 기존의 성장사다리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2017년 기준(매출액 및 자산 기준) 313개였던 중견기업으로 넘어간 중소기업 숫자는 지난해 87개로 줄었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가지 않는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는 세제혜택이다. 지금까지 세제혜택은 주로 중소기업에 집중됐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는 중소기업을 지원해 성장 동력을 확보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은 중소기업에서 졸업할 경우 각종 세제혜택이 끊기는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업계에선 중견기업으로 넘어가면 절벽이 생기는, 피터팬 증후군을 많이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상속세 역시 중요한 정책과제다. 기업 성장에 매달리던 기업주는 기업을 물려줄 때 상속세를 걱정해야 한다.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상속세 부담도 커진다. 상속만 생각한다면 기업을 더 키울 의지가 생기지 않는 구조다.

실제로 한국무역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가업승계 대신에 매각이나 폐업을 고려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42.2%에 이른다.

기재부가 가업승계 지원을 기업 성장사다리의 한 축으로 제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앞으로 일정 기준을 충족하는 기업에는 가업상속공제 적용대상 등을 확대한다. 현재 적용대상은 중소기업 및 매출액 5000억원 미만의 중견기업이다.

기재부는 이번 대책을 시작으로 성장사다리 구축과 혁신생태계 조성을 위한 대책을 추가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달에는 반도체 생태계 종합지원 추진계획과 사용 후 배터리 산업 육성방안이 나온다.

올해 3분기에는 벤처투자 활성화 방안과 스마트 제조 공급기업 육성 방안이 마련된다. 올해 하반기 정책과제로는 반도체·바이오 등 업종별 스케일업 대책이 발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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