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떨어질 수도" 내집 마련 보류…서울 아파트 전세 '귀한 몸' 됐다

머니투데이 김평화 기자 | 2024.06.04 05:31
서울 아파트 전세 품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아파트 매매 시장의 방향성이 불확실한 가운데, 전세사기 등 여파로 빌라 기피에 따른 아파트 쏠림 현상 심화로 시장 불균형이 발생한 것으로 풀이된다.

3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 자료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이날 기준 2만8037건으로 1년 전 3만6121건에 비해 22.4% 줄었다. 경기도 아파트 전세 매물도 같은 기간 4만4083건에서 3만5055건으로 20.5% 줄어드는 등 전국적으로 전세 매물이 줄어드는 추세다.

서울 지역별로 보면 전세 품귀 현상이 더 두드러진다. 서울 은평구는 구 전체 전세 매물이 557건에 그친다. 1년 전 1915건에 비해 71% 감소한 수준이다. 서울 동대문구도 1년 전에 비해 64% 줄어든 456건만 매물로 나와 있다.

1년 간 전세 매물 증감률은 중구 -60.2%, 영등포구 -53.1%, 노원구 -52.8% 등 서울 대부분 지역에서 매물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대단지 입주에 따라 대규모 전세매물이 몰린 송파구와 강동구만 1년 사이 전세 매물이 늘었다.

전세수급지수도 최근 2년 새(2022년 4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랐다.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지난 5월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138.2(기준선 100)로 2022년 4월(139.32)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세수급지수는 KB부동산이 공인중개사무소에 설문으로 시장동향에 대한 문의 조사 결과를 지수화한 통계로, 100을 초과하면 공급이 부족하고, 100 미만일 경우 공급이 충분하다는 의미다.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2022년 하반기부터 하락세가 시작됐다. 같은해 9월(93.26) 처음 100 아래로 내려간 뒤 지난해 1월에는 44.99까지 고꾸라졌다. 그러나 지난해 2월(51.10)부터 회복세로 돌아섰고, 올들어 1월 120.34→2월 120.47→3월 128.97→4월 132.65 등 상승세가 이어졌다.


매매 가격은 약보합 상태를 유지하는 가운데 전셋값이 치솟으면서 전세가율도 높아지는 추세다. 서울 전세가율은 2018년 11월 60% 밑으로 내려간 데 이어 2020년 8월 53.3%까지 하락했다. 임대차3법 시행 이후 반등한 전세가율은 2021년 1월 56.3%까지 올랐지만, 지난해 4월에는 50.8%까지 내렸다. 이후 조금씩 상승세가 이어지며 지난달 기준 53.4%까지 올라섰다. 중장기 평균 전세가율인 54.3%와 차이를 좁힌 상태다.

전세 품귀현상의 이유 중 하나는 부동산 매매 시장이 여전히 불안하기 때문이다. '주거'라는 서비스에서 '매매'와 '전세'는 서로 대체재 역할을 한다. 집을 사는 대신 전세를 택하는 수요가 늘었다.

올들어 서울 강남구 등 상급지를 중심으로 신고가 거래가 나오는 반면, 서울 외곽지역과 지방에서는 아직 반등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고금리와 PF(프로젝트파이낸싱) 시장 불안 등 향후 하락요인이 여전한 상황에서 집을 매수하는 대신 전세를 찾는 수요가 늘고 있는 것이다.

전세보증금 미반환 등 전세사기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빌라 전세를 기피하는 경향이 생긴 영향도 크다. 빌라 대신 중소형 아파트 전세로 수요가 이동하면서다.

업계 관계자는 "빌라 전세는 무조건 위험하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빌라 전세시장 자체가 완전히 무너져버렸다"며 "빌라 전세시장을 안정화시키는 정책이 나와야 아파트 전세시장의 과열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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