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장기 기증'의 가치

머니투데이 김소정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홍보국장 | 2024.06.13 05:00
완연한 봄날이었다. 하늘에서 이 소풍을 응원하는 것처럼 날씨가 좋았다. 가정의 달인 지난 5월 28일,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 40명이 춘천으로 소풍을 떠났다. 쾌청한 하늘을 배경 삼아 삼삼오오 사진을 찍는 유가족 모습에서 슬픔은 잠시 지워진 듯 했다.

2013년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에서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 '도너패밀리' 모임을 처음 시작했다. 그때만 하더라도 유가족들은 슬픔과 고통 속에서 어떤 이야기도 쉽사리 꺼내지 못했다. 첫 소모임 기억은 여전히 생생한데 기증인 이름이 불려 질 때마다 곳곳에서 울음이 터져 나왔다. 현장은 그야말로 울음바다였다.

그날 특별한 이야기가 오고 가지 않았지만 유가족들은 서로 눈빛만 봐도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들은 이날을 특별한 날로 기억하고 있다. 그들 중 대다수가 지금은 장기기증의 가치를 사회에 알리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3월말 국내 누적 뇌사 장기기증인은 7504명이다. 이들의 숭고한 나눔을 통해 3만700여건 장기이식 수술이 이뤄졌다. 그러나 매해 장기이식 대기 환자는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5만 명을 넘어섰다. 이들 중 매일 평균 7.9명이 생명을 잃는다.

최근 들어 이종 장기 이식에 관한 기사를 접할만큼 의료 기술은 발전을 거듭하지만 장기 기증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가야할 길이 멀다. 우리나라는 국민 중 약 3.4%만이 장기기증 희망등록을 한 상태이고 이마저도 장기기증 상황 발생 시 가족이 반대하면 이뤄지지 않는다.

장기 기증이 문화로 자리 잡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실제 장기기증을 경험한 이들의 생생한 이야기만큼 힘 있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국민의 56%가 장기기증 희망등록자인 미국 애리조나 장기이식 네트워크의 뇌사 장기기증 관련 업무 담당자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 "장기 기증 활성화의 주역은 바로 기증인의 가족들과 이식인들 입니다. 그들이야말로 장기기증이 이룬 기적의 당사자이자 목격자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이 땅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야기를 증언할 것이며 이 이야기는 장기기증의 가치를 알리는 가장 좋은 방법이 될 것입니다."

장기기증의 가치를 가장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이들이 자신의 경험을 진솔하게 나눌 수 있는 사회적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일례로 지난해 4월 서울 보라매공원에 국내 최초로 뇌사 장기기증인 기념 공간이 조성돼 기증인과 유가족, 이식인을 상징하는 조형물이 들어섰다.

1년이 지난 지금, 해당 공간은 유가족의 자긍심을 고취하고 방문객들로 하여금 장기 기증의 이야기를 나누게 하는 매개체가 된다. 이처럼 가족을 잃은 슬픔 속에서도 장기기증이라는 이타적인 결정을 내린 이들을 사회적으로 격려하는 분위기가 조성될 때 유가족의 생생한 이야기가 사회로 확산된다. 그를 통해 변화된 생명나눔 문화가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들에게 희망으로 닿는 선순환이 이뤄질 것이다.

김소정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홍보국장. / 사진=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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