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오명도 억울한데 성과급 0원…"사기 떨어져" LH 직원 줄사표

머니투데이 이정혁 기자, 정혜윤 기자 | 2024.06.04 05:01
(진주=뉴스1) 윤일지 기자 =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가 서울 수서 역세권 아파트 철근 누락 의혹과 관련해 28일 경남 진주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압수수색에 나섰다. 사진은 이날 LH 본사 모습. 2023.8.28/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진=(진주=뉴스1) 윤일지 기자
LH(한국토지주택공사)를 떠나는 직원들이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과 함께 과중한 업무 부담 등 과거와 다른 분위기 탓에 타 공기업보다 이직률이 높게 나타난다.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LH 혁신안'이 차장급(3급 이상)도 재취업 심사 대상자로 규정하자 2030세대 직원들 사이에서는 '더 늦기 전에 떠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자조적인 반응까지 나온다. 특히 성과급 여부를 결정하는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결과가 이달 말 나오는 만큼 이를 계기로 올해 떠나는 이들의 규모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LH 혁신안, 차장급(3급 이상)도 재취업 심사..."연차 올라갈수록 떠날 곳 없어"


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LH 이직률은 남성 5.7%, 여성 3.5%로 집계됐다. 지난 2021년 이른바 'LH 사태' 당시 남성 7.0%, 여성 3.3%와 비교하면 다소 낮아졌으나 2019년 남성 3.4%, 여성 2.2%와 견주면 높은 수치다.

LH와 업무 성격은 다르지만 같은 국토부 산하 공기업인 HUG(주택도시보증공사)와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의 이직률은 남녀 모두 5% 미만으로 나타났다. HUG는 2023년 남성 3.0%, 여성 1.4%에 불과했고 같은 기간 코레일은 남성 4.9%, 여성 2.5%였다.

LH 이직과 관련한 구체적 연령 통계는 나와 있지 않다. 국토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LH 혁신안을 보면 그동안 2급 이상(부장급)만 받던 재취업 심사가 3급 이상(차장급)으로 확대되면서 올해 이직률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위기감이 내부에서 감지된다.

LH의 한 부장급 직원은 "회사를 떠나는 이들의 상당수가 젊은 직원들로 알고 있다"며 "연차가 올라갈수록 떠날 수도 없는 '창살 없는 감옥'이라고 말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부실 PF 인수, 철도지하화, 전세사기 주택 매입 등 모두 LH가..."부채비율 확대 필요" 지적도


LH는 2021년 이후 성과급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기관 임직원의 성과급은 기획재정부의 경영평가 등급에 따라 차등 지급되는데 일반적으로 D등급 이하면 성과급을 한 푼도 챙길 수 없다.


LH는 그간 높은 부채비율 탓에 기재부 경영평가 때마다 좋은 성적을 받지 못했다. 이 때문에 이한준 LH 사장이 지난 2월 국토부 기자간담회 당시 "기재부가 2027년까지 LH의 부채비율 208%를 목표로 정했는데 이는 잘못된 재무구조"라면서 "정부와 협의해 LH 특성을 반영한 재무구조 이행 시스템을 만들려 한다"고 강조한 것이라는 얘기도 돈다.

물론 3기 신도시 토지 보상 등 정부의 주택 공급에 본격 속도를 내겠다는 취지에서 나온 발언이다. 그 이면에는 내부 단속을 어느 정도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국토부는 최근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 사업장 인수, 철도지하화, 전세사기 피해주택 매입 등 정책적 위기 때마다 LH를 호출한다. 구조적으로 눈덩이처럼 부채가 불어날 수밖에 없고 매년 국정감사 등에서 '부실 공기업'이라는 오명을 쓰다보니 직원들의 사기는 떨어진다.

LH 소식에 정통한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의 주택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기 위해서는 LH 역할이 크다"며 "적극적인 부채 비율 확대 등을 통해 정책을 살리고 직원들의 사기도 높일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남양주=뉴스1) 박세연 기자 = 이한준 LH 사장이 15일 경기도 남양주시 진건읍에서 열린 남양주 왕숙·왕숙2 공공주택지구 착공식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2023.10.15./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남양주=뉴스1) 박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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