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차려 사망 사고'에 전 육군훈련소장 "육군, 입 열개라도 할 말 없어"

머니투데이 한정수 기자 | 2024.06.01 18:21
군기 훈련(얼차려)을 받다가 쓰러져 숨진 육군 훈련병의 영결식이 지난달 30일 오전 전남 나주 한 장례식장에서 엄수되고 있다. /사진=뉴스1
최근 강원도 인제군 한 군부대에서 군기훈련(얼차려)을 받던 육군 훈련병이 쓰러져 숨진 사건과 관련, 한 전직 육군훈련소장이 "이번 일은 육군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고성균 전 육군훈련소장(66·육사 38기)은 지난달 31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전직 육군훈련소장이 본 훈련병 순직사건'이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이같이 밝혔다.

고 전 소장은 이번 사건이 규정 위반과 안일한 태도로 인해 발생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반 회사에 사규가 있듯 육군에 육군 규정이 있는데 이를 중대장이 지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밤에 소란스럽게 떠든 것이 완전군장으로 군기훈련을 시킬 사안이었는지 따져봐야 한다"며 "군기훈련시 완전군장은 할 수 있지만 뜀걸음, 구보는 하지 못하게 돼 있는 규정이 있다"고 밝혔다.

고 전 소장은 또 "안타까운 것은 훈련병이 들어온 지 9일밖에 안 됐다는 사실"이라며 "신체적으로 단련이 전혀 안 된 상태에서 군기훈련을 해 동료가 중대장에게 몸 상태가 좋지 않다고 보고를 했을텐데도 이를 전혀 확인하지 않고 지속했다는 것은 간부의 자질이 대단히 의심스럽다"고 했다.

이어 "훈련소는 군인을 만들기 위한 곳이고 부대는 적과 싸워 이기기 위한 조직이긴 하지만 군인이기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간부들이 장병들을 한 인격체로 대해야 한다"며 "그런 생각 없이 단순한 조직의 큰 기계의 하나의 부품으로 생각한 결과가 아닌가 싶다"고도 말했다.


최근 일각에서 중대장이 여성인 탓에 사건이 일어났다는 주장이 나오는 데 대해서는 "지휘관이 여자냐 남자냐를 떠나 규정된 군기훈련 지침을 무시하고 임의대로 무리하게 시킨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규정 위반으로 일어난 일을 성별 문제로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우리 군을 위태롭게 하는 일"이라고 했다.

고 전 소장은 또 "간부들의 리더십을 향상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고 육군 규정과 상위법에 의해 부대 지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부대를 운영해야 이번 사건과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편 숨진 훈련병은 지난달 13일 강원도 인제군 모 부대 신병교육대대에 입소했다. 훈련병은 지난달 23일 떠들었다는 지적을 받은 뒤 완전 군장을 한 채 선착순 달리기와 팔굽혀펴기 등 군기훈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훈련병이 쓰러져 민간병원으로 응급 후송돼 치료를 받았으나 이틀 뒤인 지난달 25일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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