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신약 개발 장려한다면서…특허 보호는 '구멍'

머니투데이 박미주 기자 | 2024.06.02 11:22

국산 신약 '케이캡', 복제약 출시 노리는 제약사들로부터 특허 소송 공격받아
"신약 개발 촉진 위해 특허법 해석·운용하고 제도 정비해야"

제네릭(복제약) 제약사 특허 공격 받는 국산 신약 '케이캡' 개요/그래픽=이지혜
과거 제약기술이 발달하지 않던 시기의 특허법 운용이 국산 신약 개발의 발목을 잡고 있다. 2018년 7월 대한민국 제30호 신약으로 승인된 HK이노엔의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이 2026년 복제약(제네릭) 출시를 노리는 제약사들의 특허 공격을 받는 점이 대표적 사례다. 제약업계 등에선 국산 신약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국제적 기준에 맞게 특허법을 해석·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2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HK이노엔은 70여 개의 복제약 제약사들을 상대로 케이캡 관련 화합물(물질) 특허와 결정형 특허 소송전을 치르고 있다. 오리지널 신약인 케이캡의 복제약을 출시하기 위해서는 케이캡이 보유한 특허를 회피하거나 무력화시켜야 한다. 케이캡은 3가지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2036년 3월12일 만료되는 결정형 특허와 용도특허, 2031년 만료되는 물질특허 등이다. 물질특허는 당초 2026년 12월6일까지였지만 임상시험과 허가 등에 소요된 기간 등을 인정받아 2031년 8월25일까지로 연장됐다.

이에 제네릭사들은 HK이노엔을 상대로 물질 특허와 결정형 특허 관련 소송을 제기했다. 케이캡 처방액이 2018년 304억원에서 지난해 1582억원으로 늘면서 관련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자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해 복제약을 출시하려는 계산에서다. 결정형 특허를 무효화하는 소송 1심에선 제네릭사가 승소해 HK이노엔이 항소했다. 물질특허 소송에선 최근 HK이노엔이 1심에서 승소했다.

물질특허 소송전에서 제네릭사들은 케이캡 최초 허가 당시의 적응증과 후속 적응증을 나눠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31년까지 연장되는 적응증은 최초 허가 적응증이자 연장 신청 당시 케이캡이 갖고 있던 미란성·비미란성 적응증만 해당되고 이외 3개 적응증은 연장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논리다. 이를 통해 최초 적응증 이후 허가 받은 3개의 적응증들로 2026년 케이캡 복제약을 출시하겠다는 심산이다.

이번 소송에서 이 같은 제네릭사들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아직 항소를 통한 2심 등이 남아 있을 수 있어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HK이노엔 케이캡 제품/사진= HK이노엔
제약업계는 케이캡 소송을 예의주시한다. 특히 신약을 판매 중인 제약사들이 그렇다. 국산 신약을 개발·판매 중인 한 제약사 관계자는 "우리에게도 신약 관련 특허 공격이 들어올까 내부에서 우려한다"며 "자금을 투자해 애써 신약을 개발했는데 복제약을 쉽게 허가해주면 누가 신약을 개발하겠느냐"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특허법 해석·운용을 선진국처럼 해 국산 신약 개발을 독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바이오 투자 전문가인 황만순 한국투자파트너스 대표는 "미국·유럽·일본처럼 우리나라도 의약품 개발과정에서 임상시험·품목허가 검토 기간에 특허 권리를 제대로 주장하지 못하는 상황을 보상하기 위해 '허가 등에 따른 특허권 존속기간 연장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그 중 용도가 정해져 있는 경우에 대한 해석이 국내에서만 논란이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 유럽은 연장된 존속기간 내에 허가된 모든 후속 허가 용도(적응증)에도 효력이 미치는 것을 명확히 하고, 일본은 허가마다 연장 등록이 인정돼 애초 논란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부연했다.

황 대표는 "과거 국내에 신약이 없을 때 빨리 복제약을 만들게 하기 위해 특허법을 운용했는데 이제는 신약 개발을 독려하고 국내 제약사가 글로벌 경쟁을 할 수 있도록 특허법 운용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특허 기간 연장, 약가 인상 등으로 신약 개발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묵현상 퍼스트바이오 이사회 의장(전 국가신약개발재단 단장)은 "특허 출원 후 임상 등을 감안하면 신약은 특허 인정 기간을 더 늘려줄 필요가 있다"며 "국내 복제약 가격이 미국의 3배 정도로 비싼데 복제약가를 낮추고 신약 가격을 높이면서 국산 신약 도입으로 외국산 약품 수입액이 줄게 될 경우 추후 그 이익 중 일부를 신약 제약사에 인센티브로 돌려주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베스트 클릭

  1. 1 1000도 화산재 기둥 '펑'…"지옥 같았다" 단풍놀이 갔다 주검으로[뉴스속오늘]
  2. 2 [단독]유승준 '또' 한국행 거부 당했다…"대법서 두차례나 승소했는데"
  3. 3 "임신한 딸이 계단 청소를?"…머리채 잡은 장모 고소한 사위
  4. 4 "대한민국이 날 버렸어" 홍명보의 말…안정환 과거 '일침' 재조명
  5. 5 "봉하마을 뒷산 절벽서 뛰어내려"…중학교 시험지 예문 논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