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우크라이나에 사거리가 290㎞ 이상인 지대지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 등을 지원하면서도 러시아와 직접 대결 모양새를 피하기 위해 미국 무기로 러시아 영토를 공격하지 못하게 했다. 그러나 최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밀려 고전하면서 미국 행정부 내에서 정책 전환을 두고 뜨거운 논의가 진행 중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북동부 국경 바로 건너편에 무기를 배치하고 우크라이나 제2 도시 하르키우 일대를 공격하며 점령 지역을 확장하고 있다. 미국이 제공한 첨단 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지 못하는 우크라이나로선 당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우크라이나는 자체 드론으로 러시아 영토를 공격했지만 서방의 첨단 무기에 비해 크게 효율성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때문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서방에 무기 지원 시 러시아 본토 타격 금지 조건을 해제해달라고 요구해왔다.
유럽 지도자들은 서방 무기로 러시아 영토를 공격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조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전환을 압박하고 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지난주 이코노미스트 인터뷰에서 하르키우 인근 영토 손실을 언급하며 서방이 지원한 무기 사용 제한을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역시 28일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하면서 미사일 도착 지점에 대한 권리를 부여하지 않는 건 스스로 방어하지 말라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서방 무기로 러시아 내 미사일 기지를 타격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미 영국은 우크라이나가 영국서 지원받은 무기로 러시아 영토를 공격하도록 허용한 상태다. 핀란드, 캐나다, 폴란드도 29일 우크라이나가 자국이 제공한 무기를 사용하는 데 제한을 두지 않는다는 입장을 각각 밝혔다. 러시아 본토 타격도 제한하지 않는단 의미다.
사안에 정통한 내부 관계자는 뉴욕타임스(NYT)에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 전환은 불가피하다고 귀띔했다. 다만 입장을 바꾸더라도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영토 내 공격 표적을 우크라이나 공격에 연루된 군사 시설로 제한하는 등 미국 무기 사용 방법을 엄격하게 통제할 수 있단 전언이다. 아울러 관계자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의 정책 변화를 공식적으로 발표하진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보단 조용히 미국 포탄과 미사일이 러시아 내 군사 목표물에 도달하기 시작하리란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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