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후판' 저가 공세에…한국 철강업계 '고부가' 공략

머니투데이 박미리 기자 | 2024.05.31 06:10
동국제강 당진공장에서 선박, 해양플랜트 건조에 사용되는 후판을 생산하는 모습. /사진=양영권
가격 경쟁력을 갖춘 '중국산 후판'이 쏟아지고 있다. 국내 철강기업들은 해양 플랜트 등 고부가 후판 시장에서 '활로'를 찾겠다는 복안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내년 1월 가동을 목표로, 당진 1후판공장 내 열처리로를 증설하고 있다. 완공시 15만톤인 현대제철의 열처리 후판 생산능력은 30만톤으로 늘어난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별도의 열처리를 통해 강도, 인성(질김) 정도를 높이는 식으로 물성을 개선하는 것"이라며 "고부가 후판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투자"라고 밝혔다. 공정이 더해지는 만큼, 이 과정을 거쳐 나오는 후판은 기존 제품보다 가격이 높다.

후판은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으로 열간 압연, 가속 냉각, 열처리 과정 등을 거쳐 생산되는 철강 제품으로, 통상 배를 건조할 때 사용된다.

최근 저가의 중국산 후판이 국내에 대거 유입되면서, 국산 후판 업계는 어려움을 호소한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중국산 후판 수입물량은 2021년 31만2000톤, 2022년 59만9000톤에 이어 지난해 112만톤으로 늘어났다. 이 기간 전체 후판 수입물량에서 중국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31.7%→38.3%→56.2% 순으로 높아졌다. 중국이 내수 부진 탓에 자체 생산물량을 소화하지 못하면서, 해외에 후판을 저가로 떠넘기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중국산 후판 가격은 국산보다 톤당 10만~20만원 가량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중국 입장에서 한국은 지리적으로 가까운데다, 반덤핑 관세가 없어서 물량 공세가 용이하다. 이같은 이유로 조선사와 후판 가격을 정하는 과정에서 국내 철강회사들의 협상력은 나날이 악화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 상반기도 가격 협상이 원활하지 않다.


국내 철강사들은 이러한 상황이 앞으로도 반복될 것으로 보고있다. 현대제철은 2배로 늘어나는 후판 열처리 생산능력을 바탕으로, 해상풍력 발전소 하부 구조물, LNG 터미널 등 고부가 후판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현대제철은 해상풍력 후판 소요량이 2024년 136만톤에서 2030년 981만톤으로 연평균 39% 늘 것으로 관측한다. 이에 맞춰 해상풍력용 특화 소재를 개발하고, 하부구조물용을 타깃해 두께를 확대한 제품을 생산하는 등 준비에 나섰다. 유럽, 동아시아 등 진출 시장도 늘렸다.

국내 다른 기업들도 비슷한 전략이다. 포스코는 포항 60만톤, 광양 20만톤 등 고부가 후판 시장 공략을 위한 총 80만톤 규모의 열처리 설비를 이미 보유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중국산 후판 유입에 따른 시장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고급 해양구조용강, 극저온강, 풍력타워용강 등 고부가·친환경 전략제품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동국제강은 "조선업 호황으로 조선용 후판 수요가 늘었지만, 중국산 유입 등 영향으로 수익성이 높지 않다"며 "비조선용 후판도 수요가 부진해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고부가 후판 수출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며 "극박물 후판(특수수요) 등 니치마켓을 공략해 수익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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