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패스트리테일링은 올해 80개로 계획했던 중국 내 유니클로 신규 매장 출점 규모를 55개로 줄이기로 했다.
지난 2002년 상하이에 유니클로 1호점을 열고 중국 사업을 시작한 패스트리테일링이 당초 세웠던 매장 출점 계획을 축소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을 제외하고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수년간 평균 80~100개 유니클로 매장을 새로 열었던 것과 비교해도 매우 보수적인 전략이다.
패스트리테일링이 20여년간 중국 사업을 전략적으로 키운 것은 시장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올 4월말 현재 중국 전역의 유니클로 매장 수는 900여개로 일본 매장 수(약 800개)를 웃돈다. 실적 성장세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 회계연도(2022년 9월~2023년 8월) 전체 매출 2조3000억엔(한화 약 20조원)의 27%가 중국(6202억엔·약 5조4000억원)에서 나왔다. 이는 일본 다음으로 높은 비중으로 미주·유럽 등 해외 매출을 모두 합한 것과도 맞먹는다.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영유권 분쟁이나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 등으로 중국 내에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일었을 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강도 높은 도시 봉쇄가 이뤄졌을 때도 유니클로는 불티나게 팔렸다.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선 자국 브랜드 의류보다 유니클로의 품질이 좋고 가격이 합리적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야나이 다다시 패스트리테일링 회장이 지난 2020년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 인터뷰에서 "중국에 유니클로 매장 3000개는 열 수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내기에 충분했다.
UBS증권 재팬의 다카히로 카자하야 수석 분석가는 "패스트리테일링은 그동안 중국의 인플레이션(물가상승) 경제 상황 속에서 일본보다 비싼 값에 제품을 팔아 많은 수익을 낼 수 있었다"며 "하지만 중국 경제가 깊은 디플레이션(물가하락)과 마주하면서 소비자들이 보다 저렴한 제품을 원하면서 유니클로의 경쟁력이 저하됐다"고 설명했다.
상하이의 한 유니클로 매장에서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는 "99위안(약 1만8500원)이던 티셔츠 값이 39위안(약 7300원)까지 떨어졌길래 샀다"며 "타오바오 등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제품들보다 유니클로의 품질이 좋은 것을 알고 있지만 요즘은 세일 제품이 아니면 구매가 망설여진다"고 말했다.
회사 측 설명도 이를 뒷받침한다. 패스트리테일링 관계자는 FT에 "단순히 유니클로 매장 수를 늘리기보다는 좋은 입지에 고품격 매장을 여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중국은 지역별로 기후가 다른 거대한 시장인 만큼 다양한 제품 구축이 가능한 온라인이나 모바일 사업 비중 확대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지난달 실적 발표도 중국 오프라인 사업에서 고전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오카자키 다케시 패스트리테일링 최고재무책임자는 "국내·외 거시적인 환경 변화로 중국 일부 매장이 저조한 실적을 냈다"며 "하지만 미국과 유럽 시장의 실적은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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