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범죄자들의 범죄수익을 추적하는 경찰들이 겪는 일상이다. 경찰은 사기 피의자가 재판을 받기전 범죄수익을 마음대로 쓰지 못하게 자산을 동결시키는 '기소전 몰수·추징 보전'을 검찰을 통해 법원에 신청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지자체)가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자료 제공이 지지부진해지면 그동안 사기범은 범죄수익을 숨길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된다. 만약 가상자산쪽으로 수익을 감추기 시작하면 찾기 더 어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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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수익 추적, 10일내 끝내야 하는 '속도전'인데…느린 유관기관 협조에 애타는 경찰━
범수계는 '속도전'인 범죄수익 추적 수사를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범죄수익 추적은 대개 피의자 체포 시점부터 시작되는데, 경찰 수사 단계에서 피의자의 신병을 확보할 수 있는 기간은 최대 10일이다. 이 기한 안에 검찰에 넘기지 않을 경우 경찰은 피의자를 석방해야 한다.
피의자들은 이 기간을 최대한 활용해 범죄수익을 세탁하려 노력한다. 방법도 가지각색이다. 고급 아파트 등 부동산을 비롯해 부동산 분양권, 자동차, 예금부터 골드바·백화점 상품권 같은 현물도 활용한다.
경찰은 피의자가 특정 자산이 범죄수익으로 거둔 점이라는 걸 △소유관계 확인 △거래 흐름 분석 등을 거쳐 입증해야 한다. 근거가 부족하면 경찰이 기소전 추징 보전을 법원에 신청해도 기각될 수 있다.
문제는 피의자 범죄수익 관련 정보가 여러 부처와 기관에 분산돼 있다는 점. 경찰은 국세청 같은 기관과 달리 피의자의 재산 보유 현황을 자유롭게 확인할 수 없다. 이를 위해서는 매번 영장을 신청하고 발부받아 집행하거나 유관 기관에 협조를 요청해야 한다.
주민등록등본, 가족관계증명서 같이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자료도 경찰은 하루 종일 지자체에 협조를 '읍소'해야한다. 은행에서 계좌내역을 제공받으려 해도 책임을 회피하고 싶은 담당자를 붙잡고 반복해서 설득해야 한다. 타 기관에 범죄수익 추적 수사 협조를 요청하는 동안 피의자는 사기 범죄로 벌어들인 재산을 빼돌릴 시간을 확보하는 셈이다.
한 시도청 경찰 관계자는 "행정안전부에 '행정정보공동이용시스템'이 구축돼 있는데, 가족관계증명서 등 자료는 세정기관과 달리 경찰은 접근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도 해당 전산을 통해 바로 볼 수 있는 상황이라 기술적으로 다른 서류를 보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며 "당위 면에서도 기관에 공문 보내면 받을 수 있는 자료인데, 공문 없이 전산망을 이용하면 범죄 수익 추적 시간이 더욱 단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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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담인력도 태부족…"영장 발부 절차, 유관기관 협조 요청 절차 등 간소화 필요"━
전문가들은 다른 기관에 협조를 구하는 절차를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피의자 한 명에 대한 사기사건이라면 영장 발부를 한 번만 받아도 모든 재산 내역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하거나, 관세청 등 세정당국과 경찰청 간 직원 파견을 보내 수사 협조를 위한 '핫라인 구축'도 거론된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우리나라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없어 범죄수익이라도 제대로 환수하는 게 중요하다"며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사기 공화국'이라 할 만큼 사기 범죄가 많고 처벌 수위는 낮다. 법적 제도적 장치를 정비해 경찰에 범죄수익을 최대한 환수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고 절차를 간소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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