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K-배터리 R&D 투자, 전기차 캐즘 극복의 지름길

머니투데이 박태성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상근부회장 | 2024.05.30 04:31
박태성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상근부회장 /사진제공=한국배터리산업협회

배터리 업계가 전기차 캐즘(chasm)으로 업황이 둔화되는 성장통을 겪고 있지만 중국 전기차와 배터리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저가물량 공세를 늦추지 않는다. 2000만원도 안되는 전기차를 출시하고,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공급 가격을 대폭 낮추는 등 '글로벌 치킨게임'을 주도한다.

이런 가운데 미국 정부가 중국기업의 공격적인 저가 공세를 '불공정 무역행위'로 규정하고 중국산 전기차에 100%, 배터리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EU도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반보조금 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런 대외여건의 변화로 K-배터리는 중국의 저가 공세에 대응하고 내실을 다질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벌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대외 여건의 반사 이익에 안주하기 보다, 전기차 원가의 40%를 차지하는 배터리 분야의 본원적 경쟁력을 높여 전기차 캐즘을 극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 중국 배터리 R&D 규모가 우리를 압도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 배터리 3사 R&D(2.8조원)가 사상 최대 규모였음에도 중국 CATL의 R&D 규모(3.4조원)에 못 미쳤다. 저가형 전기차와 ESS 시장을 주도하는 LFP 배터리 뿐만 아니라 배터리 충전속도, 주행거리, 안전성 관련 기술개발의 혁신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배터리 가격, 생산능력에 이어 기술력까지 중국에 압도된다면, K-배터리가 전기차 대중화, 탄소중립과 미래 모빌리티 사회의 글로벌 리더가 되기가 쉽지 않다.

캐즘으로 K-배터리의 R&D 여력이 줄어들고 있는 이때에, 정부가 배터리 R&D 투자의 마중물 역할을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 K-배터리는 글로벌 공급망 안보에 있어 미국과 EU의 최적의 대안이다. K-배터리의 기술 경쟁력이 약화되지 않도록 정부와 국회가 종합적인 시각에서 배터리 R&D의 지원 규모, 대상, 속도 등을 면밀하게 살펴보고, 실질적인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먼저 K-배터리 R&D 지원 규모가 지금보다 2배 이상 확대될 필요가 있다. 올해 산업부의 배터리 R&D 예산은 525억원으로 미래차의 7분의1, 반도체의 4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전기차용 배터리 소재 기술개발 중심에서 차세대 공정 및 장비·솔루션, 공급망 및 사용후 배터리 분야로 지원을 확대해 K-배터리의 밸류체인 경쟁력도 높여야 한다. 에너지저장장치와 UAM, 드론, 전기선박 등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 미래 신시장 선도형 R&D도 적극 추진돼야 한다.

R&D 속도전도 중요하다. K-배터리의 경쟁 무대는 국내가 아닌 글로벌 시장이다. 강력한 경쟁자인 중국 기업의 사업 속도를 따라잡으려면, R&D 예비타당성 제도의 혁신 없이는 쉽지 않다. R&D 사업 추진방식도 대기업 주도의 사업단 방식을 활성화해 도전적 R&D 여건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배터리 밸류체인 기업간의 다양한 R&D 얼라이언스를 장려해 중견·중소기업의 R&D 경쟁력을 견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배터리 R&D 투자를 늘리고 전기차, 가격, 주행거리와 충전속도에 돌파구를 마련해 K-배터리가 전기차 대중화 시대를 여는 주역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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