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술한' 전세대출→빌라 갭투자→전세사기.."청년 울렸다"

머니투데이 이창섭 기자, 김도엽 기자 | 2024.05.29 05:41
전세대출을 이용한 전세사기 사례/그래픽=이지혜

전세대출은 늘어나는 갭투자(전세를 낀 매매)와 전세사기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갭투자를 활용한 전세사기가 급증해 전세 대신 월세를 택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는 만큼 정부의 임대차 정책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세사기 자금줄 '전세대출'..."전세 대신 월세 지원하자"


28일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경제만랩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수도권 소형 빌라 월세 비중은 54.1%로 집계됐다.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월세가 전세 비중을 추월한 것도 처음이다. 소형 빌라의 월세 거래가 늘어난 건 전세 사기 영향으로 분석된다.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월세 선호 현상을 부추긴 것이다.

전세사기 주요 피해자는 청년들이었다. 지난 23일 국토교통부 발표에 따르면 '전세 사기 특별법'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피해자 1만7060명 중 73.71%가 20~30대였다.

무분별하게 늘어나는 전세대출이 전세사기의 자금줄로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예컨대 건축업자인 임대인이 감정평가사와 분양업자, 공인중개사 등과 공모해 시세 1억원 주택을 이보다 비싼 1억5000만원에 전세 매물로 내놓는다. 신축건물은 거래정보가 없어 임차인은 임대인의 말만 믿고 보증금의 80%까지 전세대출을 받아 임대차 계약을 맺는다.

하지만 계약이 끝난 직후 임대인은 취득세 등 리베이트를 제공하며 바지 임대인에게 주택의 명의를 넘긴다. 바지 임대인은 자금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집값 하락 시 보증금을 반환 능력이 없다. 결국 임차인은 보증보험금이 나오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이마저도 가입되지 않은 임차인은 원래 집값보다도 비싼 1억5000만원이 보증금을 떼이고 거리로 내몰린다.

정택수 경실련 부동산국책사업감시팀장은 "정부가 보증을 해주지 않으면 개인 신용으로 어떻게 돈을 빌릴 수가 있었겠냐"며 "특히 20대와 30대의 대출을 가능케 한 게 무분별한 전세대출 보증"이라고 지적했다. 김현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세를 선택함으로써 얻는 인센티브를 줄여나감으로써 전세 의존도를 낮출 필요가 있다"며 "월세 비용 소득공제 확대, 공공 및 민간 임대주택 공급 확대 방안 등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지원책도 종합적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세자금대출 잔액과 전세가격, 매매가격 비교/그래픽=김다나


전세대출 가장 많은 국민은행도 "전세대출 규제해 달라"..왜?


전세대출은 갭투자도 용이하게 하고 있다. 연소득 기준이 따로 없고 대출한도가 5억원으로 높다보니 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는 세입자만 있으면 어렵지 않게 집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서민의 주거 안정을 위한다는 전세대출이 되려 내 집 마련 꿈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시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5월 이후 1년간 꾸준히 전셋값이 오르면서 매매가와의 차이가 좁혀졌다.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하는 '갭투자'가 하반기에 다시 살아날 조짐도 보인다.

전세대출 잔액이 가장 많은 국민은행과 KB금융그룹은 여러차례 전세대출 우려를 표명해왔다. 적은 돈을 가지고도 전세를 끼고 집을 살 수 있고 세입자는 대출 규제를 받지 않고 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어서다. 현금 3억원을 가지고 있는 A씨는 전세 7억원을 끼고 10억원짜리 아파트를 살 수 있고 세입자는 자기 돈 2억원에 전세대출 5억원을 받으면 7억원짜리 전셋집에서 살 수 있다. 반면 A씨가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같은 10억원짜리 아파트를 사려면 LTV(담보인정비율),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규제로 7억원을 받기 어려울 수 있다.

KB경영연구소도 지난해 6월 보고서를 통해 "전세자금대출을 DSR에 포함하고, 매매가 대 전세가(매매전세비)가 70% 이상인 주택에 대해선 전세자금대출을 제한하는 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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