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야, 너 왜 계속 연우랑 놀아? 연우가 너 계속 다치게 하잖아. 맨날 상처 내고, 때리고, 장난도 너무 심하고.
= 이번에 나도 같이 때렸는데…
- 그래?
= 연우가 나 때려서 나도 쫓아가서 연우를 확 때렸어.
동생이 씨익 웃는데 눈두덩이 벌겋습니다. 이어지는 대화.
- 그래서?
= 그래서 연우가 일어나서 여길 확 때렸어.
- 그래서?
= 그래서?? 같이 놀았어.
- 같이 놀았다구?
= 응. 같이 놀았는데.
- 야, 이윤, 너 바보야? 같이 놀면 어떡해?
= 그럼 어떻게?
- 다시 때렸어야지.
= 또?
- 그래. 걔가 다시 때렸다며? 또 때렸어야지.
= 그럼 언제 놀아?
- 응??
= 연우가 때리고, 나도 때리고, 연우가 때리고... 그럼 언제 놀아. 난 그냥 놀고 싶은데.
- .....
이쯤에서 나는 빵 터졌습니다. 아니 한 방 맞은 듯 띠잉 했는데 기분은 아주 좋았습니다. 영화 속 누나도 그런 것 같더군요. 다음날 누나는 서먹해진 친구에게 슬며시 화해 신호를 보냅니다.
이래서 아이가 어른의 스승이 되는군요. 맑고 순수한 아이들의 세상에서는 쉽고 간단합니다. 하지만 어른들 세상은 아니지요. 너무나 어렵고 복잡합니다. 오늘도 사방팔방에서 거칠고 험하게 치고받느라 요란합니다. 증오와 혐오와 비방과 선동과 대결이 난무합니다. 정치판 뉴스는 온통 그런 것 뿐이군요. 저들이 때려서 우리가 때리고, 우리가 때려서 저들이 때리고, 다시 저들이 때려서 우리가 때리고.... 우리들은 이러면서 날을 새고, 해를 넘기고, 인생을 허비하고, 세상을 망칩니다.
서로 패를 짓고 뒤엉켜 밤낮으로 밀치고 다투는 난투극이 지금도 곳곳에서 한창이지요. 나 또한 그런 난장판에 휘말려 입이 근지럽고, 주먹이 울고, 엉덩이가 들썩일 때마다 영화 <우리들>의 한 장면을 떠올려야겠습니다. 불끈해서 대거리하고 싶을 때마다 되물어야겠습니다. '그럼 언제 놀아? 난 그냥 놀고 싶은데.' 인생을 날리고 세상을 망치지 않으려면 욱할 때마다 물어야겠습니다. '그럼 언제 놀아? 난 그냥 놀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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