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효상 칼럼] 왜 대체거래소가 필요할까

머니투데이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 원장 | 2024.05.28 06:00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 /사진=유효상
현재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 반까지 운영 중인 주식시장이 내년부터는 오전 8시에 개장해서 오후 8시에 문을 닫는다. 2025년 3월에 출범하는 대체거래소가 한국거래소의 정규 거래시간(오전 9시~오후 3시 30분) 전에 프리 마켓(오전 8시~8시 50분)을 운영하고 이후 애프터 마켓(오후 3시 30분~8시)을 운영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주식거래 가능 시간이 6시간 30분에서 12시간으로 총 5시간 반이 늘어나는 것이다.

'대체거래소(ATS, Alternative Trading System)'는 정규 증권거래소의 주식 매매 기능을 대체하는 거래소를 뜻한다. ATS는 자본시장 선진화 일환으로, 증권시장 인프라를 다양화하고 투자자들의 거래 편의를 개선하는 등 자본시장 접근성을 제고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금융당국은 설명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보편화됐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내년 3월 최초의 ATS인 '넥스트레이드(NXT)'가 비즈니스를 시작한다. NXT는 금융투자협회, 증권사, IT기업, 증권 유관기관 등 총 34개사가 참여해 설립했다. NXT가 출범하면서 1956년부터 70년 가까이 이어진 한국거래소(KRX)의 독점 체제가 깨지게 된다.

자본시장 선진국인 미국, EU, 일본 등에선 이미 ATS가 정착돼 복수 거래 시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국가별로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ATS가 전체 주식 거래의 8~10%를 차지한다. 미국은 1975년 ATS를 처음 도입하였으며, 2024년 5월 현재 24개의 정규거래소와 65개의 ATS가 운영 중이다. EU에는 정규거래소만 127개가 있으며, ATS에 해당하는 'MTF'(Mutilateral Trading Facility)가 142개 영업 중이다. 호주에선 9%, 캐나다는 ATS가 전체 주식 거래의 8%를 처리하고 있다. 일본은 1998년 '사설거래시스템(PTS, Proprietary Trading System)'이라는 명칭으로 ATS를 도입했으며, 전체 주식 거래 중 8%를 처리하고 있다. 정규거래소인 JPX와 함께 2개의 PTS가 있으며, 상장 주식과 채권뿐 아니라 비상장 주식, 투자신탁, 토큰 증권 거래도 가능하다. 다만 비상장 주식과 토큰 증권 거래는 전문투자자에게만 허용하고 있다. ATS를 도입한 국가에서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거래 수수료와 새로운 주문 방식, 금융 상품 등으로, 투자자들이 전반적인 거래 비용 절감, 편리성 향상 효과를 누리고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ATS 도입이 가져올 가장 큰 변화는 거래 시간이다. 거래되는 종목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에서 비교적 유동성이 높은 800여 개이다.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증권(ETN) 거래도 계획하고 있다. 매매체결 수수료는 한국거래소(0.0027%)보다 20~40% 낮게 책정된다. 이처럼 거래시간 연장과 거래비용 감소, 새로운 호가 방식으로 투자자 편익이 개선될 거란 기대를 하고 있다. 기업 공시나 해외 이슈를 빠르게 반영해 시장 지연과 충격 비용도 줄일 수 있을 거란 평가도 있다. 그래서 ATS가 계획대로 순항한다면 자본시장의 선순환을 이뤄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 상황과 유사한 일본에서도 JPX와 PTS와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금융시장이 한 단계 발전하는 계기가 됐다. '길어진 거래 가능 시간', '낮아진 수수료', '빨라진 체결 속도', NTX가 강조하는 3가지 슬로건이다.

그러나 미국이나 유럽과 같이 국내에서 ATS가 정부의 바람대로 정착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거래 시간을 늘리고 비용이 줄어들게 되면 단타매매를 부추겨 투기적 거래만 확대될 것이고, 두 거래소 간 가격 차이를 이용한 차익거래와 시세조종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또한 수수료 절감 등 실제 효과는 미미하고, 시장 분할로 안전성과 투명성 저하, 유동성 분산 등 오히려 시장의 효율성이 저해되고 혼란만 가중시킬 거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무엇보다 NTX가 가장 강조하고 있는 주식 거래시간 연장에 대한 실효성에 의문을 갖는 투자자가 많다. 실제로 2016년 한국거래소가 거래량을 늘리기 위한 취지로 주식시장 마감 시간을 오후 3시에서 3시 30분으로 늘렸지만 전혀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글로벌 리스크를 비롯한 경제 상황이나 시장 변수에 비해 거래시간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기 때문이다. 특히 시간을 무려 2배가량 대폭 확대했다는 점에서 논의가 충분히 있었을까라는 의구심도 든다. 각종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에도 '시간을 늘리면 주식시장이 코인판처럼 될 것이다', '시장의 발목을 잡는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해야지, 시간만 늘리면 뭐 하나'와 같은 비판론이 대세다.

한편, NXT의 등장에 증권사들은 플랫폼을 정비하느라 분주하다. 플랫폼 화면구성이 고민이다. 시장이 2개가 되면서 같은 주식이어도 호가 차이가 날 수 있기 때문에, 두 시장의 가격을 실시간으로 동시에 고지할 방법을 고안하고 있는 것이다. 화면이 큰 웹트레이딩시스템(WTS)과 홈트레이딩시스템(HTS)보다는 화면이 작은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이 문제다. 한국거래소의 가격 정보만으로도 화면이 가득 차는데, 어떻게 NXT 정보를 넣느냐가 관건이다.


금융당국은 ATS가 기존 거래소와의 선의의 경쟁으로 금융소비자의 편익과 금융선진화를 기대하고 있지만, NTX는 제도권 밖의 특화 상품을 팔지 않기 때문에 기존 거래소와의 차별성이 부족하다. 그래서 결국 수수료 출혈경쟁으로 갈 수밖에 없다. 더욱이 상장 심사, 청산, 시장감시 기능이 없는 NTX는 관련 업무에 대해 KRX에 의존해야 하고 그에 대한 수수료도 내야 한다. 한국거래소과 동일한 가격변동폭, 시장안정장치가 적용되며, 거래정지, 서킷브레이커, 사이드카 등도 KRX와 동시에 이루어진다. 결국 한국거래소의 '대체'가 아니라 '보조' 기능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최근 미국에서는 뉴욕증권거래소(NYSE)가 연중무휴 24시간 실시간 거래를 검토하고 있다는 파이낸셜타임스 보도가 있었다. 이렇게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그래서 '낮에만 문을 열던 편의점이 밤에도 영업하겠다는 것인데 불평할 이유가 있나'라는 정도의 안이한 의식이라면 ATS의 미래는 없다.

자본시장 선진화는 시간이나 수수료가 아니라 상품과 서비스 경쟁이 관건이다. 새로운 금융상품과 AI를 활용한 혁신적 주문 방식으로 고객을 사로잡는 동시에 기존 거래소가 따라올 수 없는 획기적인 신사업과 서비스로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 수십 년간 독점체제로 비대해진 한국거래소가 위기의식을 느껴 수수료를 내리고, 서비스 경쟁에 뛰어들 수밖에 없을 정도의 자극을 줘야 한다. 그래야만 국내 투자자는 물론 해외 투자자도 한국 주식 시장에 관심을 갖고 거래를 늘릴 것이다.

작은 규모의 대체거래소가 1개 만들어지는 것을 마치 대한민국이 금융선진국으로 진입했다는 신호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내년 3월이면 10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문을 여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고, 어떠한 시장을 왜 열어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 한다.

새로운 금융시장의 변화가 한국을 실질적인 금융선진국으로 이끌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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