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다음달 첫 모노파일 제품이 출고됩니다. 해상풍력 시장을 향한 항해가 시작되는 셈입니다"
지난 23일 오전 울산 남구에 위치한 GS엔텍 용잠 공장. GS그룹 해상풍력 사업의 교두보 격인 이 곳은 설비의 하부구조물인 '모노파일' 제품을 만드느라 분주했다. 모노파일을 새 먹거리로 낙점하고 사업을 준비한 지 2년. 사업 진행 상황을 묻는 질문에 정용한 GS엔텍 대표는 "데뷔전이 임박했다"고 말했다.
GS엔텍은 울산 남구의 터줏대감이다. 이 곳에 자리잡은 지 40여년째다. 공장은 늘 같은 곳에 있었지만, 사업은 극적인 변화를 겪었다. 1988년 대경OEKE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회사는 원래 가스·정유·석유화학 플랜트 설비를 제조했다. 그러다 GS그룹이 2010년 인수해 간판을 GS엔텍으로 바꿨다. 이후로도 본업은 플랜트 설비 제조였다. 한때 수주가 몰리고 흑자를 내던 회사는 위기를 맞게 된다. 정 대표는 "대부분의 제조업이 그렇듯 중국의 저가 공략에 시달렸다"며 "2020년부터 원점에서부터 사업 방향 전환을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새 출발을 함께할 든든한 우군도 생겼다. 유럽 해상풍력 모노파일 시장의 40%를 점유한 글로벌 1위 기업 네덜란드 시프(Sif)였다. GS엔텍은 2022년 시프와 기술제휴를 포함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세계 1위와 손잡자 투자도 뒤따랐다. 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와 시몬느자산운용으로부터의 투자와 자산 매각 등을 통해 GS엔텍은 1200억원이상의 자금을 마련했다. 정 대표는 시프와의 계약과 관련, "운명적 만남 이었다"고 말했다. 시프 역시 20년전 유럽의 해상풍력 태동기에 GS엔텍과 마찬가지로 화공 플랜트 설비에서 모노파일로 업종을 바꾼 기업이었다. 동병상련이었던 셈이다.
양측의 이해관계도 맞아떨어졌다. 정 대표는 "모노파일은 1000톤 내외의 대형 금속구조물인 만큼 막대한 물류비가 발생해 대륙간 원거리 공급은 사실상 쉽지 않다"며 "때문에 시프 역시 아시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 최적의 현지 우군을 찾고 있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GS엔텍은 364.8㎿ 규모의 영광·낙월 해상풍력 프로젝트에 64기(2000억원 규모)의 모노파일을 공급한다. 이르면 다음달 나올 첫 모노파일 제품부터 순차적으로 내년 9월까지 납품되면 GS엔텍은 새 먹거리인 해상풍력 사업에서 매출을 일으키게 된다.
정 대표는 "모노파일이 대세인 일본에선 GS엔텍의 파트너사인 '시프'가 기술상 '보증수표' 격"이라며 "영광·낙월 프로젝트를 통해 이 같은 기술을 구현할 GS엔텍의 공정과 품질, 납기능력이 입증되면 현지 공략이 궤도권에 들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시장 노크는 사실 영광·낙월 프로젝트와 '투트랙'으로 진행중이다. 정 대표는 "지난 2월 일본 최대 신재생에너지 박람회 스마트 에너지 위크에 부스를 내고 현지 마케팅에 돌입했다"며 "견적 문의가 계속 들어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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