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원료인 석회석 대신 혼합재 사용기준이 한국은 재료 중심, 유럽은 성능 중심입니다. 유럽은 일정 강도만 갖추면 다양한 재료를 마음대로 쓸 수 있지만 한국은 재료를 한정하다보니 기술발전에 저해가 됩니다."
김진만 공주대 그린스마트건축공학과 교수(사진)는 지난 23일 오스트리아 빈의 한 식당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과 유럽의 혼합시멘트활용 사례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 노력을 비교하며 이같이 말했다. 시멘트 그린뉴딜위원회 공동위원장이기도 한 김 교수는 유럽의 시멘트업체 탐방 일정을 마친 뒤 기자들에게 해설하는 시간을 가졌다.
국내에서 대부분 사용하는 슬래그는 철강 제조 과정에서 생기는 부산물로 불순물과 산화된 금속으로 구성돼 있다. 슬래그시멘트는 슬래그를 기존 포틀랜드 시멘트(물과 반죽하는 일반 시멘트)와 혼합해 만드는데 특히 바닷물에 강하고 해양 오염물질을 흡수하는 성질이 있다. 때문에 교량 뿐 아니라 인공어초, 트라이포트 등의 재료로 성능이 뛰어나다.
하지만 지난해 발생한 인천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로 포틀랜드 시멘트 비율을 높이려는 움직임이 커지면서 슬래그시멘트 조차 외면을 받고 있다.
시멘트의 주원료인 석회석을 크링커로 만드려면 1450도의 열을 가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많은 탄소가 발생한다. 유럽은 성능이 확보된다는 가정하에 혼합재 사용량을 늘리고 석회석을 줄여 탄소중립에 근접시키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국내 건설업계에서 사용하는 석회석 기반의 포틀랜드 시멘트 비중은 90%를 상회한다"며 "석회석을 가열해 만드는 포틀랜드 시멘트 비중이 높으면 상대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과 유럽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대한 대응전략은 큰 차이가 없다"면서도 "유럽이 저탄소 시멘트 제품군을 다양화해서 감축량을 늘리는데 반해 우리는 속도면에서 한참 뒤처진다"고 말했다.
'연료'로 쓰이는 유연탄 대체 가연성 폐기물 활용도 미진하다. 국내 시멘트업계 연료대체율은 35%인 반면 유럽은 2022년 말 53%까지 확대됐다. 유럽 최고 수준인 오스트리아는 81.5%다.
김 교수는 "EU(유럽연합)가 단일 경제권역임에도 국가별 시멘트산업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전략자원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주거주권을 위해서라도 순환자원 재활용을 '그린워싱'(환경보호 효과가 없음에도 허위·과장 홍보하는 위장하는 활동)으로 폄하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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