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의료계에 따르면 이날 대한간호협회(간협)는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간호법안 제정 촉구 집회를 열고 "21대 국회 내에 간호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대통령과 여야 정치권이 의지를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간협은 지난 22~23일에도 국회 앞에서 "간호사들은 소모품이 아니다" "간호법 없는 의료개혁은 속 빈 강정이다"라며 집회를 열고 21대 국회에서 간호법을 제정할 것을 호소했다. 현 21대 국회에서 간호법이 제정되지 않으면 정부의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을 '보이콧'(집단적 거부)하겠다고도 했다.
탁영란 간협 회장은 성명서를 통해 "전공의 사태로 드러난 의료계 민낯과 수십 년 지체된 의료개혁 등 전반적 상황을 고려할 때 이제 간호법안을 제정할 때가 됐다"며 "간호사들이 과중한 업무와 불확실한 미래, 불법에 내몰리는 열악한 환경 때문에 법적 보호조차 받지 못하는 것은 간호법안이 없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조속히 간호법안이 제정되길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지난 2월부터 의사 집단행동이 지속된 후 의료공백을 막기 위해 병원들은 PA간호사 수를 늘리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3월말 8982명이었던 PA간호사 수는 지난달 말 1만1395명으로 약 27% 증가했다. 지난 20일 기준 전국 100개 수련병원에서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가 9337명인데 이를 뛰어넘는 규모다.
사실 간호법 제정은 여야와 정부 모두 찬성하는 법안이다. 지난해 4월에는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이후 의사 등이 법안에 반대해 의료현장에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이유로 그 해 5월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며 법안이 폐기됐다. 이후 의료공백 사태로 PA간호사 법제화가 필요해진 정부와 여당이 간호법 제정에 찬성하며 법안 통과 가능성이 커진 상태였다. 보건복지부가 이달 초 복지위 간사단에 3개 간호법안의 수정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재택간호 전담기관 개설 부분만 수용이 어렵고 나머지는 수용 의견으로 간호법안 제정 방향성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야 간 갈등으로 복지위 일정이 잡히지 않으면서 21대 국회에서 간호법안 제정이 어려워진 상황이다. 간협은 21대 국회에서 간호법이 통과되지 않으면 PA간호사 업무를 중단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경우 의료현장에 미치는 후폭풍은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지난 22일 기자간담회에서 "간호사들이 그렇게(의료현장 이탈) 할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작년에 간호법 거부에 따라 간호사분들이 실망했을 때도 진료 거부는 하지 않는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간호사들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만들도록 하겠다"며 "21대 국회에서 안 되면 22대에서라도 제도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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