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의승 전남 목포소방서장은 1998년 전남 목포의 한 콜라텍에서 발생했던 화재 사고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당시 콜라텍 내부에서 발화점을 찾기 위해 현장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발을 움직일 때마다 솟구치는 화염에 두려움이 온몸을 휘감았다. 긴장감으로 숨이 가빠지자 미처 확인하지 못했던 산소량이 바닥나기 시작했고 곧 탈출경보음이 울렸다. 경보음은 울리는데 탈출구는 보이지 않았다. 박 서장은 "태어나 처음으로 정말 죽을 수 있겠다는 감정을 느꼈다"고 말했다.
28년 소방관 재직기간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중 하나다. 하지만 생사를 넘나드는 경험은 지금의 그를 만들었다. '들어가야 할 때 들어갈 수 있는 우리'가 좌우명이 된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실제로 화재 현장에서 그를 버티게 해준 것은 든든한 동료들이었다. 화마를 진압하러 들어가는 길을 열어주고 앞장서준 선배들, 뒤에서 든든하게 받쳐준 현장지휘관 등이 적기에 불길을 잡을 수 있도록 도와줬다.
"두려움은 극복하는게 아니라 적응하는 것이더라고요. 그러기 위해선 많은 사고현장 경험이 필요하고, 화재진압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훈련을 많이 하더라도 두려울 수밖에 없는데 경험많은 선배 소방관들의 솔선수범이 필요합니다. 언젠가 후배가 '엄청 겁이났는데 앞에 선배가 먼저 가니 따라 들어갈 수 있었다'고 했던게 유난히 기억에 남습니다."
박 서장이 화재진압 훈련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다. 아파트 방화문을 제작하고 실제 화재현장 진입해보는 훈련을 시행해 인사고과에 반영시킬 정도다. 이를 통해 목포소방서의 대원들은 지난해 관내에서 발생한 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강제 문개방부터 진압까지 5분 안에 마무리할 정도로 능숙해졌다. 현재는 전국 소방서에서 이 훈련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목포를 찾아오는 수준으로 올라섰다.
"소방관은 화재와 즉각적으로 싸울 수 있는 용기와 진압능력을 겸비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것도 모두 팀원들이 함께할 때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후배들에게 이런 부분을 끊임없이 강조해 화염 앞에서 두려움 없이 앞장설 수 있는 대원들을 키워보려고 합니다. 후배들을 위해 화재진압 전술 교재도 한권 남기고 떠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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