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대 의대 김영철 교수, 충북대 약학대학 박일영 교수, 충북대 의대 배석철 교수 연구팀은 4기 폐암 환자 11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연구에 따르면 이들이 표적항암제로 치료받을 때 비타민 B3(일명 Amina-X)를 매일 1g씩 먹었더니 여성 폐암 환자, 비흡연 폐암 환자의 생존 기간이 각각 1년 이상(13.5개월) 추가로 연장됐다. 또 사망 위험은 거의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일반적으로 암 환자에겐 '암 억제 유전자'인 '렁스3(RUNX3)' 유전자의 기능이 떨어져 있다. 하지만 비타민 B3는 암세포 내에서 렁스3 유전자의 기능을 강화했고, 결국 표적항암제의 효능을 향상했다.
렁스3 유전자는 암 발병을 억제하며, 세포의 삶과 죽음을 결정한다. 이 유전자의 기능이 떨어지면 '분열해서는 안 되는' 세포가 분열하고, '죽어야 할' 세포가 죽지 않게 돼 결국 암이 생겨나게 한다. 폐암 환자뿐 아니라 위암·대장암·간암·방광암·췌장암·유방암 등 다양한 암 환자에서 렁스3 유전자의 기능이 떨어져 있다.
렁스3 유전자는 배석철 교수가 지난 1995년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 이 유전자의 기능이 떨어지면 위암·방광암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는 사실도 2002년, 2005년에 각각 배 교수가 규명했다.
지난 2010년엔 폐암 발병의 초기 원인이 '렁스3 유전자의 불활성화'에 있다는 사실을 배 교수는 발견했다. 당시 배 교수팀은 렁스3 유전자의 기능이 절반으로 줄어든 유전자 결손 생쥐의 85%에서 폐암이 걸렸다는 사실을 찾아냈다. 배 교수팀은 발암물질을 넣어 폐암이 생긴 생쥐에겐 예외 없이 렁스3 유전자의 기능이 현저히 떨어졌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비타민B3는 비타민B군의 일종이자 수용성 비타민으로 △나이아신(니코틴산) △니코틴산아미드(Nicotinamide)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연구에 사용된 건 니코틴산아미드다. 배석철 교수는 "같은 비타민B3라 해도 나이아신은 과잉 섭취하면 모세혈관이 넓어져서 얼굴이 붉어지고, 어지럼증·두드러기가 생길 수 있다는 부작용이 있지만 니코틴산아미드는 그런 부작용이 전혀 없다"며 "일반인도 약국에서 비타민B3 일반의약품을 챙겨 먹으면 암을 막는 데 크게 도움받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번 연구는 충북대 약학대학 박일영 교수가 주관했고 배석철 교수가 이론적 근거를 제공했다. 또 전남대병원 호흡기내과 김영철 교수가 임상시험을 수행했다. 농촌진흥청에서 추진한 바이오그린 21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는 최근 미국암학회에서 발표됐고, 지난달 15일 의학·임상시험 분야 국제학술지 '임상 암 연구(Clinical Cancer Research)'에 실려 주목받았다.
한편 통계청의 2022년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 사망 원인 1위는 '암'이었다. 암 사망률(인구 10만 명 당 사망자 수)은 162.7명으로 2021년보다 1.6명(1%) 증가했다. 사망률은 폐암(36.3명), 간암(19.9명), 대장암(17.9명), 췌장암(14.3명), 위암(13.9명) 순으로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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