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3일 발표한 '반도체 생태계 지원방안'의 핵심은 17조원 규모의 대출 프로그램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착공 기간 단축, 세제지원 연장 등이다. 이를 통해 총 26조원 규모의 반도체 산업 지원이 이뤄진다. 정부 방안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기업 수요를 반영한 '간접보조금'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의 메시지에서도 이런 의중이 읽힌다. 윤석열 대통령은 "시간이 곧 보조금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문제를 해결하는 속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반도체 클러스터 조기 착공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정부는 착공까지 통상 7년이 걸리는 산업단지 개발 기간을 반도체 클러스터에 한해 절반으로 단축한다.
세제지원 역시 마찬가지다. 정부는 올해 일몰이 도래하는 관련 세액공제 적용기한을 연장한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세제지원도 기업이 안정적으로 투자를 지속할 수 있도록 하는 보조금"이라고 표현했다. 윤 대통령과 최 부총리 모두 직접보조금이 빠진 데 따른 설명 차원에서 '보조금' 단어를 썼지만 맥락은 일맥상통한다.
최 부총리는 "제조시설이 없고 새로 만들어야 하는 나라들이 주로 인센티브를 주기 위해 투자보조금이 있는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경우)세제지원은 보조금과 거의 같은 성격이고 세제지원 부분은 어느 나라보다 인센티브율이 높다"고 설명했다. 최 부총리의 설명대로 제조시설을 갖춘 대만도 보조금이 없다.
정부는 직접보조금을 담진 않았지만 기업들의 수요를 충분히 반영했다는 입장이다. 최 부총리는 "이번 방안을 준비하는 데 있어 인프라에 대한 지원 요구가 더 강했다"며 "세제지원도 일몰을 연장한다든지 세제지원의 범위 등에 있어 기업들의 요구를 받아서 반영한 것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여러 장치를 마련했음에도 정부의 고민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윤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것처럼 이번 방안이 '대기업 감세'로 비쳐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의식한 듯 정부는 이번 지원방안의 70% 이상을 중소·중견기업에 지원한다. 대출 프로그램만 하더라도 이를 염두에 두고 설계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최 부총리는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세제지원은 우리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세원 확충을 통해 복지 등에 쓸 수 있는 재정역량도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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