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 아들 학자금에 홀어머니 용돈까지…60살 가장의 비애

머니투데이 김지은 기자 | 2024.05.24 09:00

채용콘텐츠 플랫폼 캐치, 2030세대 77%가 캥거루족

60세 직장인 박모씨가 아파트 관리비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사진=독자제공

"월급 보면 한숨부터 나와요."

내년에 정년 퇴직을 앞둔 60세 직장인 박모씨는 보수 지급 명세서를 보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월급 공제 항목에는 학자금 대출 100만원이 적혀 있었다. 박씨는 취업 준비생인 29살 아들을 대신해 9년 동안 매달 학자금을 갚고 있다.

그는 "월급을 받아도 생활비에 학자금 대출, 보험료까지 내고 나면 절반은 사라진다"며 "홀로 사는 어머니에게 30만~40만원 용돈까지 보내면 노후 자금은 언감생심"이라고 말했다.

부모로부터 독립하지 못하고 경제적·심리적으로 의존하는 2030 세대가 늘면서 중년 세대 부담이 커지고 있다. 노후 준비를 해야 하는 5060 세대들은 노부모에 자식까지 부양해야 하다보니 걱정이 깊다고 했다.


"돈이 없어요" 2030세대 독립 안하는 이유



/사진=채용콘텐츠 플랫폼 캐치

채용콘텐츠 플랫폼 캐치가 지난달 2030세대 1903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 77%가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한다고 답했다. 43%는 부모 집에서 살고 있었고 41%는 부모에게 월세나 용돈을 받았다. 부모와 함께 살면서 용돈을 받는다는 응답은 7%였다.

2030 세대는 독립하지 않는 이유로 △안정적 수입 부재(56%)를 꼽았다. 그 다음은 △생활비 부담(17%) △독립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13%) △부모님이 경제적으로 여유롭다(7%) △목돈 마련(3%) 순이었다.

홀로 독립해서 살다가 다시 부모 집으로 되돌아가는 '리터루족(리턴+캥거루족)'도 있다. 29살 직장인 김모씨는 지난해 서울에 있는 월세방을 내놓고 경기도에 있는 부모 집으로 들어갔다. 그는 "월세 70만원에 공과금, 식비까지 내면 도저히 저축을 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세대 차이, 경제적 부담 가중… "노후 준비 힘들다"



59세 신모씨는 한 달 넘게 가족들 겨울 옷 정리를 하고 있다. 그는 "남편에 자식들 옷까지 혼자서 4인분 몫을 빨래하고 정리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사진=독자제공
5060 부모들은 자식 세대가 의존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가족 간의 갈등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대 차이를 비롯해 경제적 부담 등이 가중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기 때문이다.

58세 워킹맘 성모씨는 최근 20대 딸과 배달 음식, 귀가 시간 등을 두고 크게 다퉜다. 그는 "자식들도 성인이 되면 자아가 생겨서 계속 말싸움이 일어난다"며 "이 나이에 한바탕 싸우고 나면 '무엇을 위해 살까' 헛헛한 감정이 든다"고 말했다.

59세 신모씨는 한 달 넘게 가족들 겨울 옷 정리를 하고 있다. 신씨는 "남편에 자식들 옷까지 정리하려면 혼자서 4명 몫을 빨래하고 정리하고 들여놔야 한다"며 "갱년기에 스트레스까지 쌓이니까 잠도 못 잔다"고 말했다.

생활비 지출이 크다 보니 당장 하고 싶은 것들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성씨는 "악기도 배우고 싶은데 우선은 자식들 취업하고 독립한 뒤에 할 생각"이라며 "외식을 안한지도 꽤 됐다. 고물가에 생활비도 빡빡해서 경조사도 친한 사람 아니면 안 챙긴다"고 말했다.

노후 걱정도 크다. 박씨는 "퇴직 전에는 예측 범위 안에서 생활비를 쓸 수 있지만 은퇴하고 나면 그러지도 못한다"며 "아픈 곳도 많아지고 홀로서기도 해야 하는데 초과 지출이 생길 때마다 고민"이라고 말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러한 가족 형태는 2030 세대들이 개인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선택한 일종의 생존 전략과 같다"며 "장기간 독립하지 못하는 경우 기대 수준을 낮추고 현실적인 방법을 모색하는 것도 필요하다. 동시에 청년들 취업, 주거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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