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식대학과 인구소멸지역[기자수첩]

머니투데이 이창명 기자 | 2024.05.23 05:45
피식대학 정재형, 김민수, 이용주/사진=머니투데이

경북 영양군은 우리나라에서 인구가 가장 적은 기초자치단체(지난달 기준 1만5517명)다. 영양군의 면적(815㎢)은 인구 100만명을 넘어선 경기 화성시(700㎢)보다 넓은데 가동 중인 신호등은 3개 뿐이다. 말 그대로 가장 빠르게 소멸로 가고 있는 지역인 셈이다. 이런 영양군에 최근 구독자수 300만명이 넘는 유튜브 채널인 '피식대학'이 찾으면서 원치 않는 주목을 받고 있다.

피식대학의 이용주·정재형·김민수 유튜버는 지난 11일 자신들이 출연한 '경상도에서 가장 작은 도시 영양에 왔쓰유예'란 36분 짜리 영상을 올렸다. 하지만 이 영상을 시청한 구독자들이 '지역비하' 발언이 선을 넘었다며 비판하기 시작했고, 이후 10만명이 넘는 구독자들이 빠져나갔다. 실제로 "내가 공무원(인데) 여기 발령받으면...여기까지만 할게"라던가 지역 지명을 보고 "여기 중국 아니에요?", 지역특산품을 맛본 뒤 "할머니의 살을 뜯는 거 같아"라는 등의 발언은 충분히 불편할 만하다고 느꼈다.

사태가 커지자 오도창 영양군수가 직접 나서 "마치 영양군이 현대 문명과 뒤떨어진 곳으로 알려지게 되니 속상하다"고 비판했다. 강기출 한국전력 영양지사장도 "핸드폰 중독되면 한전 취직해서 영양 보내달라니요! 그래 말씀하시면 우리 지사 근무하는 후배들이 너무 딱합니다.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되는 일이기에 공무원들도, 우리 한전직원들도 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후 피식대학은 영양군을 찾아 오 군수에게 직접 사과했다고 하지만 피식대학을 향한 비판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사실 피식대학 출연자들이 지역비하를 하기 위한 특별한 의도가 있다거나 악의가 있어 보이진 않는다. 그래서 문제가 더 심각하다. 대도시에서 자란 젊은 세대가 지방 소도시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갖고 있고, 무관심한지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논란이 피식대학을 향한 비난을 넘어서 소멸지역에 대한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근 취재를 위해 인구감소지역을 종종 방문하다보니 대도시 주민들은 지방소도시들이 대신 짊어진 상수원과 발전소, 군사시설, 교정시설 덕분에 수도·전기를 편리하게 사용하고, 안전한 생활을 할 수 있게 됐다는 걸 느꼈다. 이번 논란으로 드러난 도시와 지방간 인식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윤석열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좋은 지방시대'라는 국정과제의 구현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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