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벨트를 매지 않은 사람들은 곧바로 천장으로 솟구쳤다."
21일(현지시간) 심한 난기류를 겪은 싱가포르항공 승객들의 목격담이 잇따르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유된 영상에선 비행기가 갑자기 요동치자 서 있던 사람 한 명이 천장에 머리를 쿵 부딪히는 모습도 담겼다.
이번 사고는 21일 영국 런던에서 출발해 싱가포르로 향하는 싱가포르항공 SQ321편 보잉777 여객기에서 발생했다. 항공기 항로를 추적하는 플라이트트레이더24에 따르면 이 항공기는 싱가포르 도착 약 2시간 전 미얀마 인근 상공에서 고도 약 3만7000피트(ft)로 비행 중 난기류를 만나면서 기체가 크게 흔들렸다. 항공기의 수직속도는 분당 1664피트(약 507m)까지 뛰었다가 이후 3초 만에 -1536피트(-468m)로 뚝 떨어졌다. 항공기가 초당 8미터 정도를 급격하게 위아래로 요동쳤단 의미다.
앞서 일부 매체에선 난기류로 여객기 고도가 3만7000피트에서 3만1000피트로 떨어졌다고 보도했으나, 이는 조종사들이 나중에 방콕으로 비상착륙 하기 위해 고도를 낮춘 것이었다고 플라이트트레이더24는 지적했다.
항공기 내부는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갑작스러운 충격으로 천장 패널이 뜯겨 나가면서 내부 장비들이 노출됐고 비상용 산소 마스크가 내려왔으며 식판과 식기들이 날아가 떨어지면서 바닥은 엉망이 됐다. 승객들은 충격에 휩싸였고 비행기는 결국 태국 방콕 공항에 비상 착륙했다.
해당 항공기에 타고 있던 승객 토비 펄(21)은 블룸버그를 통해 "안전벨트 표시등이 켜지자마자 난기류와 부딪혔다"면서 "나는 천정으로 튀어 올랐고 다른 사람들도 그랬다"고 말했다. 이어 "마치 비행기가 어딘가에 쾅 충돌한 것 같았다. 비행기가 추락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객실 뒤에선 유리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고 했다.
비행 중 난기류를 만나는 게 드문 일은 아니다. 난기류는 서로 다른 속도로 이동하는 공기 흐름이 만날 때 생긴다. 그러나 고고도 난기류의 경우 맑은 하늘에서 갑자기 조우하는 경우(청천 난기류)가 많아 미리 예측해 피하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세계비행안전재단(FSF)의 하산 샤히디 최고경영자(CEO)는 "난기류로 인한 부상자 중 75% 이상은 3만피트 이상 고고도에서 발생하는데 고고도 난기류는 청천 난기류가 많아 예측이 어렵기 때문"이라면서 "항공기는 난기류로 인한 충격에 견딜 수 있게 설계되지만 좌석벨트를 매지 않은 승객들은 다치기 쉽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구 온난화가 북반구 상공에서 빠르게 움직이는 공기 흐름인 제트기류의 불안정성을 유발할 수 있다고 본다. 제트기류는 북쪽의 서늘한 지역과 남쪽의 따뜻한 지역의 온도 차이에 의해 발생하는데, 지구 온난화로 극지방 온도가 높아지면서 제트기류가 불안정해지고 있단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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