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피 뜨자"던 머스크·저커버그 마주쳤지만…방구석 여포였네[샷집]

머니투데이 최우영 기자 | 2024.07.12 07:00

[샷건의 집현전]<14>현피: 현실 속 플레이어간 싸움. 방구석 여포들은 현피에 나서지 않는다

편집자주 | 한 아재가 조카와 친해지기 위해 유행가 제목을 들먹이며 '샷건의 집현전'이라고 했다죠. 실제 노래 제목은 '사건의 지평선'이었습니다. 아재들이 괜히 아는 체 하다 망신 당하는 일 없도록, MZ세대가 흔히 쓰는 용어들을 풀어드립니다.

키보드워리어라는 말이 있습니다. 현실에선 순박한 사람들이 키보드 앞에만 앉으면 전사로 돌변해 거친 글들을 온라인에 풀어댑니다. 비슷한 의미로 '방구석 여포'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간혹 화를 참지 못하고 온라인에서 풀어내던 분노를 현실까지 가져오려는 이들이 있습니다. 상대방과의 말싸움 끝에 외칩니다. "너 나랑 현피 뜨자."

현피는 게임에서 플레이어 사이의 싸움을 뜻하는 PK(Player Kill)를 현실에서 행한다는 뜻의 합성어입니다. 보통 온라인 게시판 또는 게임 내에서 간단한 말싸움으로 시작된 것이 오프라인까지 번질 때 일어납니다. 키배(키보드 배틀)에 능하지 못한 이가 화를 참지 못해 제안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피를 제안하는 경우는 많지만 실제 성사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이 키보드 앞에서만 용맹을 떨치는 방구석 여포들이기 때문입니다. 순간적인 화를 가라앉히고 나면 자연스레 현피 욕구가 떨어지는 것도 한몫 합니다. 현피를 제안해놓고 상대방을 헛걸음질 하게 만드는 '현피 낚시'도 가끔 발생합니다.


인터넷 태동기이던 2000년대 초반부터 종종 발생하던 현피는 이후 언론에서 자주 다뤄지며 사회적 문제화가 돼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다시 이러한 현피 사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를 주도하는 이들은 단연 사이버 레커(사이버 렉카)들입니다. 자극적인 영상으로 조회수를 뽑아먹으려는 이들은 현피 날짜와 장소를 공지하고, 피 튀기는 싸움을 벌이며 영상을 제작합니다. 아무리 서로 피해보상 요구하지 않기로 합의하고 결투를 진행하더라도, 피 튀기는 싸움은 당연히 불법입니다.

세기의 현피 대결이 무산된 사례도 있습니다. 일론 머스크는 지난해 6월 메타가 새 서비스 스레드를 트위터(현 X) 대항마로 내놓다는 소식에 이를 조롱하는 트윗을 날렸고, 여기서 한 트위터리언이 머스크에게 "저커버그는 주짓수를 하니 조심하라"고 조언했습니다. 머스크가 "나는 케이지에서 싸울 준비가 됐다"고 받아치자 이를 본 저커버그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위치를 보내라"고 답했습니다. 최종적으로 머스크가 "라스베이거스 옥타곤"이라는 답을 내놓자 두 IT 거물의 '현피'가 곧 성사될 거라는 기대감이 번졌습니다. 이들은 서로 주짓수를 훈련하는 영상을 올리며 열기를 끌어올렸습니다.

다만 같은 해 8월 일론 머스크가 자신의 몸 상태가 안 좋다며 목과 등의 MRI를 찍어야 하고, 수술이 필요하다는 소식을 알리며 한발 빼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 다음달에 머스크와 저커버그가 대면했지만 현피는 일어나지 않고, 이들은 AI(인공지능)의 발전에 관한 담소를 나누고 헤어졌습니다. 같은 해 11월, 이번엔 저커버그가 격투기 훈련 중 무릎 인대가 파열됐다며 수술을 받는다는 소식을 알렸습니다. 두 거물 사이의 현피는 이렇게 무산됐고, 이들은 방구석 여포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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