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과거, 왜 흑역사라고 할까[샷집]

머니투데이 최우영 기자 | 2024.05.30 08:20

[샷건의 집현전]<8>흑역사: 일본 애니메이션 건담에서 유래…이젠 부끄러운 과거 통칭

편집자주 | 한 아재가 조카와 친해지기 위해 유행가 제목을 들먹이며 '샷건의 집현전'이라고 했다죠. 실제 노래 제목은 '사건의 지평선'이었습니다. 아재들이 괜히 아는 체 하다 망신 당하는 일 없도록, MZ세대가 흔히 쓰는 용어들을 풀어드립니다.

한국 대표팀의 올림픽 본선 진출 실패, 유명 연예인의 성형 전 사진, 학창시절 크게 실수해 부끄러운 기억들. 이런 것들을 통칭해 '흑역사'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온라인에서만 쓰이던 용어인데, 이제는 미디어에서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는 보편적 표현이 됐습니다.

그냥 부끄러운 과거이기 때문에 '검은 역사' '흑역사'라고 하는 걸까요? 사실 이 단어의 어원은 일본의 유명 애니메이션 '건담' 시리즈에서 생겼습니다. 건담 시리즈 중 TV에서 방영된 'A건담(∀건담)'이 시초입니다.

건담의 세계관에서 일컫는 흑역사는 시리즈 속 스토리가 존재하기 전 인류가 끊임 없이 전쟁을 이어가며 문명을 붕괴시켰던 '혼란의 시기' '전쟁의 시기'를 뜻합니다. 이를테면 어두운 과거 인류사를 싸잡아 흑역사라고 부르는 식이죠.

해당 시리즈에서도 흑역사 기간의 에피소드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습니다. 이는 다양한 건담 시리즈를 하나의 세계관으로 묶기 위해, 과거 시리즈를 '흑역사'로 포함시켜 자세히 언급하는 걸 봉인한 뒤 다른 스토리를 풀어내기 위한 일종의 이야기 장치로도 여겨집니다.


이렇게 애니메이션에서만 나오던 '흑역사'는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의미가 점점 확장되며 과거의 부끄러운 일들을 통칭하는 용어로 쓰이게 됩니다. 흑역사가 처음 나온 일본에서도 같은 의미로 용어의 쓰임이 바뀌었고, 일본에선 사전에 등재된 단어가 됐습니다.

한국에서도 공공부문 및 공인들까지 이 용어를 쓰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4년 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프로듀스101 투표 조작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해당 사건에 대해 "한국 방송 100년 역사에 기록될 초유의 사기 행위이자 흑역사"라고 언급했습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2021년 국회 정보위에 출석해 과거의 불법 사찰성 정보들을 폐기할 수 있는 특별법을 만들어달라며 이를 '60년 불법사찰 흑역사 처리 특별법'이라고 불렀습니다. 조만간 한국에서도 흑역사가 정식 사전에 등재되는 날이 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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