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러스한 이동휘, 연기만큼은 고지식하게 [인터뷰]

머니투데이 이덕행 기자 ize 기자 | 2024.05.21 17:28
/사진=컴퍼니온


배우 이동휘는 2024년 5월 현재 누구보다도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는 배우 중 한 명이다. 스크린에서는 '범죄도시4'가 1000만 관객을 돌파했고, 안방극장에서는 MBC '수사반장 1958'이 10%의 시청률로 마무리됐다. '핑계고'를 비롯한 다양한 유튜브 채널에서는 재치 있는 입담을 보여줬다. 인상적인 부분은 서로 다른 분야에서 보여주고 있는 모습이 다르다는 점이다. 유머와 연기에 대한 진지한 고찰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난 18일 종영한 '수사반장 1958'은 1958년을 배경으로 야만의 시대, 소도둑 검거 전문 박영한 형사가 개성 넘치는 동료 3인방과 한 팀으로 뭉쳐 부패 권력의 비상식을 상식으로 깨부수며 민중을 위한 형사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종남서의 '미친개' 김상순 역할을 맡은 이동휘는 작품이 끝난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취재진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수사반장 1958'은 한국형 수사물의 역사를 쓴 '수사반장'의 프리퀄이다. 제작 단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던 '수사반장 1958'은 줄곧 10% 내외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적지 않은 관심을 받았다. 아침에 눈 떠서 시청률을 확인했다고 너스레를 떤 이동휘는 시청자들의 사랑에 감사를 전했다.


"배우로서 시청률을 의식하지 않는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것 같아요. 아침에 눈 떠서 확인하고 그랬어요. 제 마지막 MBC 드라마가 '자체발광 오피스'였는데 그때가 다양한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시청률에 변화가 있던 시기였어요. 지금의 시청률도 정말 감사해요. 특히 요즘같이 날씨 좋은 때에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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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휘가 맡은 김상순 역시 원작에 등장하는 캐릭터이자 배역을 맡은 배우의 이름이기도 하다. 결과물이 정해져 있고 그 결과물이 많은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이동휘로서는 부담이 느껴질 만도 했던 작품이었다. 이에 이동휘는 오히려 "꼭 필요했던 배역"이라며 김상순 캐릭터가 자신에게 주는 의미를 설명했다.


"실존 인물이다 보니 참고를 안할 수는 없었어요. 동시에 그분의 젊은 시절이기 때문에 새로운 설정이 있었어요. 그래도 저를 통해 김상순 선배님의 모습이 보여져야 하기 때문에 멀리 가지 않으려고 했어요. 처음에는 실망감이나 누를 끼치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다만 개인적으로 배우로서 도전이었어요. 김상순이라는 캐릭터가 제가 분명 도전해야 하는 목표에 딱 맞는 역할이었거든요. 누를 끼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베이스로 깔면서 정의의 사도 같은 얼굴도 필모그래피에 쌓아두고 싶어서 꼭 하고 싶었어요."


도전을 위해 김상순 역을 맡았던 이동휘는 자신만의 해석을 더해 정의로운 김상순을 만들었다. 비록 2015년 타계한 김상순에게 직접 조언을 구할 수는 없었지만, '수사반장 1958'에 특별출연하기도 했던 최불암으로부터 많은 조언을 받아 캐릭터를 완성했다.


"대본에는 '미친개', 불의를 보면 물불 가리지 않는 모습이 강했다면 최불암 선배님께 전해 들었던 모습은 또 다른 느낌의 집요함, 결론을 도출하는 능력이 뛰어난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50년대 장면에서는 사고뭉치의 모습이 보이지만 60년대에 들어서면서는 그런 발전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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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서 '수사반장 1958'이 방영되고 있었다면 영화관에서는 '범죄도시4'가 많은 관객을 끌어모았다. '극한직업'에 이어 '범죄도시4'로 쌍 천만배우가 된 이동휘지만 "저는 그냥 옆에 있었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제가 천만 배우는 아닌 것 같아요. '극한직업' 때는 류승룡, 이하늬, 진선규, 공명 옆에 그냥 있었고, 이번에는 마동석, 김무열, 박지환 옆에 있다가 얻어걸린 거예요. 자랑스럽게 천만 배우라고 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인상적인 부분은 '수사반장 1958'의 정의로운 김상순과 '범죄도시4'의 악역 장동철은 극단적인 대비를 이루는 캐릭터라는 점이다. 이동휘는 "하필 그렇게 됐다"면서도 '동휘적 사고'를 통해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말 '하필' 그 자체예요. 방영 시기와 개봉 시기를 조절할 수 있는 배우는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정도가 돼야 가능하지 않을까요. 그래도 '동휘적 사고'를 통해 둘 다 나쁜 놈이 아닌 게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똑 같이 나쁜 사람으로 나오는 것보다는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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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연결 지어 이동휘는 이제훈, 마동석에게 대한 감사를 전하기도 했다. 자신의 고민을 허투루 듣지 않았다는 것. 배우로서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방증이기도 했다.


"사실 주제 넘는 이야기인데 두 분의 공통점을 말씀드리면 제 고민을 허투루 넘기지 않았다는 점이에요. '부라더'에서 동석이 형과 형제로 나왔는데 그즈음에는 코미디 대본만 들어왔어요.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다는 고민을 동석이 형한테 말했는데 오랜 시간이 지나서 제게 '범죄도시4'의 장동철 역을 제안해 주셨어요. 제훈이 형 역시 제가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잘 알기 때문에 다음 작품을 선택하는 것에 있어서 많은 신경을 써주고 있어요."


이러한 고민에 대한 대답 중 하나로 이동휘는 상업영화 못지않게 많은 독립영화에 출연하고 있다. 이동휘는 둘 사이의 밸런스를 잡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개인적으로 이야기에 대한 호기심은 상업 영화보다 독립 영화 쪽에 많이 가는 것 같아요. 어떤 공식이나 트렌드보다는 사람 사는 이야기가 궁금하거든요. 사실 저는 배우를 하기로 했을 때도 제가 TV에 나올 거라는 생각은 안 했어요. 그때 TV에는 '꽃보다 남자' 같은 드라마가 유행하고 있었거든요. 그 때의 영향을 받아서 아직까지 제 아이덴티티로 유지하고 있는 것 같아요. 사실 밸런스가 필요한 것 같아요. 한쪽으로 치우치면 무너진다고 생각해요. 대중 예술을 하는 입장에서 상업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독립 영화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부분도 있거든요. 그 두 개를 가지고 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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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배우 이동휘는 연기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한편, 인간 이동휘는 유머에 대한 예찬을 멈추지 않았다. 여러 유튜브 콘텐츠에서 자신의 모습을 가감없이 보여주는 것 역시 이러한 이유에서 였다.


"저는 정말 코미디를 사랑하고 인생에서 유머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코미디언분들을 존경하고 몰래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데 제가 나온 장면에서 사람들이 웃을 때 배우로서 희열을 느껴요. 그러다보니 24시간 전시 상황이라고 생각하고 문을 열고 집을 나갈 때부터 문을 닫고 집에 들어올 때까지 뭐든지 틈이 생기면 웃기려고 하는 것 같아요. 지인들에게는 웃긴 사람 세 손가락 안에는 들어가 있는데 그걸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어요."


다만, 전문 예능인으로서 영역을 넓혀가는 것에 대해서는 경계했다. 인간 이동휘는 유머를 추구하지만, 배우로서는 연기를 통해 보여주고 싶다는 이동휘의 모습에서는 그간 볼 수 없던 고집이 느껴졌다.


"아시는 분도 있겠지만 대본이 있는 예능, 스튜디오·작가님이· 존재하는 설정이 있는 예능은 지양하고 있어요. 유튜브의 경우에는 대본도 없고 '떠들어 재낀다'는 부분에서 자유로워서 발을 내디딘 것 같아요. 그런 쪽으로 욕심을 내는 게 우선 순위는 아니에요. 연기로 답을 드리고 싶은 고지식한 면도 있어요. 물론 '떠들어 재낀다'는 측면에 있어서는 열심히 떠들어 재낄 생각은 있어요."


어느덧 40대에 접어든 이동휘는 앞으로 좋은 배우를 넘어 좋은 선배의 모습도 보여주고 싶다는 소망을 전했다. 특히 제작에 대한 욕심도 조심스럽게 드러내며 후배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동석이 형을 보면서 느낀 건데, 주변 사람을 참 많이 도와줘요. 그런 모습을 보고 저도 도움을 받은 입장에서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무언가를 만들어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돕다 보면 더 힘이 생기면서 많이 도울 수 있을 것 같아요. 배우 생활을 이렇게 하면 되겠다에서 멈추지 않고 주변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게 뭘까 생각하다 보니 제작에 대한 욕심이 생긴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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