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DA 허가 불발' HLB, 중국과의 협업이 패착?…"과도한 해석" 의견도

머니투데이 홍효진 기자 | 2024.05.21 16:22
진양곤 HLB그룹 회장이 지난 17일 유튜브를 통해 간암 1차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신약허가를 신청한 자사 '리보세라닙'과 중국 항서제약 '캄렐리주맙' 병용용법 관련 CRL(보완요구서한)을 수령했다며 관련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HLB그룹 공식 유튜브 채널

첫 국산 항암제로 기대를 모았던 HLB가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HLB의 중국 기업과의 협업이 "전략적인 실수"라는 반응이 이어진다. 미국과 중국 간 바이오 패권 전쟁이 본격화된 신호일 수 있단 우려다. 반면 개별 기업의 이슈일 뿐 HLB 사례를 미·중 대립의 결과물로 보기에는 과도한 해석이란 의견도 제기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HLB와 중국 항서제약의 간암 1차 치료제 '리보세라닙+캄렐리주맙' 병용요법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지 못하면서 국내 바이오 기업 사이에선 중국 업체와 협업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가속화하고 있다. FDA 미승인 배경적 요인 중 하나로 미·중 갈등이 꼽혀서다. 미국 정부가 중국 바이오 기업 견제를 목적으로 연초부터 추진 중인 '생물보안법'(Biosecure Act)이 하원 상임위원회를 통과하는 등 속도를 내고 있단 점이 FDA의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해석이다. 하원은 오는 7월4일 휴회 전 하원 전체회의에서 법안을 통과시킨 뒤 상원 전체회의, 조 바이든 대통령 서명 등 남은 절차를 연말 안에 완료하겠단 계획이다.

HLB 측은 FDA로부터 받은 CRL(보완요구서한)에 자사 후보물질 리보세라닙 관련 문제 제기는 없었으며, 지적사항 중 하나로 항서제약 캄렐리주맙의 CMC(제조공정) 이슈를 들었다. 이에 업계에선 신약 허가 결정 과정 중 FDA가 CMC를 문제 삼는 게 특이한 경우는 아니라면서도 미·중 대립이 심화하고 있다는 정치적 배경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 HLB 사례 이후 국내 바이오 기업 사이에선 중국 업체와의 협업을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가 감돈다. 항암제를 개발 중인 한 국내 바이오벤처 관계자는 "중국 기업과 협업은 전략적 실수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며 "미국·유럽 시장 공략을 위해 중국기업과 먼저 손잡았던 국내 업체들도 위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제척인 계획을 수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바이오 기업 관계자는 "글로벌 제약사와 꾸준히 협업을 논의 중인 국내 기업 사이에선 중국 회사와의 거래 관계가 후속 사업개발 과정에서 불리할 수 있다는 분위기는 이미 형성돼 있다"며 "바이오 업계에선 미·중 갈등이 시작된 2~3년 전부터 중국 업체와 협업을 줄이는 추세로 가고 있고 HLB 미승인 이후로는 더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반면 미·중 갈등과 연관 짓기엔 과도한 해석이란 지적도 있다. 임상 등 신약 관련 데이터가 FDA 허가 기준을 만족하지 못했을 뿐 정치적 이슈와는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양국 간 대립이 장기화하고는 있지만 지난해에도 준시 바이오사이언스, 상하이허치슨제약, 이판제약 등 중국 기업 신약이 FDA 승인을 받았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생물보안법은 원료의약품이나 필수의약품 등의 수급 불안에 한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라며 "국내·중국 기업 간 협업 사례 자체가 많지 않은 데다 미국과 관계 때문에 개별 기업이 그간 해왔던 중국과 협력을 축소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생물보안법 여파로 향후 국내 기업이 중국 기업과 협업에 부담을 느끼게 될 수는 있다고 본다"면서도 "항암제는 신약 후보가 많아 FDA가 까다롭게 볼 수밖에 없는 영역이기 때문에 미·중 갈등을 미승인 요인으로 보기보다는 데이터 미충족 등 개별 기업의 이슈로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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