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한덕수 국무총리는 21일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채상병 특검법안에 대한 재의요구 안건을 심의 의결한다. 이날 오후 윤 대통령은 이를 재가할 예정이다. 정진석 비서실장 등이 재의 요구 사유 등을 설명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거부권 행사는 지난 1월30일 이태원참사특별법 이후 약 4개월 만이며 정부 출범 이래 여섯 번째(법안 수로는 열 번째)다.
우선 윤 대통령이 이번 특검법안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는 일방 처리됐다는 점이다. 국회의 입법권을 존중한다는 대원칙은 어디까지나 여야가 합의한 법안에 한해서지 거대 야당이 수적 우위를 앞세워 밀어붙인 법안은 예외라는 게 대통령실의 입장이다.
무엇보다 그 내용도 특검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인식이 확고하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특검법의 취지는 공정성이 심대하게 훼손될 수 있는 사건, 즉 권력형 비리 등에 제한적으로 운용하자는 것"이라며 "젊은 청년이 나라를 위해 복무하다가 목숨을 잃은 이번 사건은 진실을 은폐하거나 누구를 봐줘야 할 이유가 전혀 없는 사안으로서 이미 수사 중"이라고 했다. 정치적 쟁점 사항마다 특검을 남발하는 건 기존 사법 체계를 흔드는 일이란 지적이다.
이달 9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도 이런 판단은 명확히 드러났다. 윤 대통령은 관련 질문에 "특검은 정해진 기관의 수사가 부실 의혹이 있을 때 하는 것"이라며 "수사 결과를 보고 만약 국민들께서 봐주기 의혹이 있다, 납득이 안 된다고 하시면 그때는 제가 특검하자고 먼저 주장하겠다"고 답했다.
집권 3년 차 국정운영에서 소통을 강조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유연한 정책 대응에 방점을 찍고 있지만 이처럼 '헌법 수호'라는 측면에서는 물러설 수 없다는 기조다. 대통령실은 최근 문제가 된 해외 직구 금지 논란에 대해 이날 정책실장이 이례적으로 사과하는 등 여론에 민감하게 반응했지만 이는 정책 분야이기 때문에 가능했다. 헌법 체계와 직접 연관이 있는 법안의 처리는 다른 차원으로 해석한다.
다만 문제는 국민적 이해와 설득 여부다. 당장 더불어민주당은 25일 대규모 장외집회를 준비하는 등 여론의 거센 압박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최소한의 민심이 받쳐주지 못하면 여당 내에서도 이탈표가 나올 수밖에 없다.
재의 요구된 법안의 재표결은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요건이다. 재의결되면 그 즉시 법률로서 확정되고 부결되면 폐기된다. 제21대 국회에서는 국민의힘에서 17명 이상 이탈자가 나오지 않는 한 폐기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제22대 국회에서는 8표의 이탈표만 나와도 거부권은 무력화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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