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국내 플랫폼, 규제보다 '혁신'

머니투데이 홍대식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2024.05.23 04:00
한국이 잘못된 방향의 규제로 혁신역량을 위협받고 있다. 정부는 유럽연합의 디지털시장법(DMA)을 모델로 한 플랫폼 법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이 법안은 비판받고 있으며 유럽의 일반 개인정보보호법(GDPR)과 유사한 문제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경쟁법 석학 대니얼 소콜 서던캘리포니아대 교수의 연구결과 등을 토대로 이 사안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GDPR 도입 이후 유럽에선 벤처캐피탈의 AI투자가 감소하고 앱이 3분의1로 줄어드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했다. 중국도 플랫폼 규제로 스타트업 진입과 벤처투자 감소를 경험했다.

유럽은 자국 보호주의로 강력한 규제를 선택했지만 이는 기술인프라와 혁신기업이 부족한 유럽 상황에 맞는 접근이다. 한국은 기술기업과 유니콘기업이 많고, 특히 서울대는 유럽의 어느 대학보다 더 많은 스타트업 창업자를 배출했다.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DMA 등을 한국에 도입하면 상대적 혁신우위가 훼손될 수 있다.

경쟁시스템은 국가의 제도와 경제상황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한국의 정치·경제상황은 유럽과 다르다. 한국에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 미국·중국 기업과 경쟁하는 주요 테크기업들이 존재한다. 게다가 한국에선 강력한 경쟁법을 집행 중인데도 사전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규제를 또 도입하려고 한다. 미국은 관련 입법 노력을 거부했고 독점 규제당국의 소송은 거의 패소한 상황이다.

세계은행을 포함한 다수의 실증적 증거에 따르면 플랫폼은 중소기업의 혁신을 촉진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기업과 소비자를 연결하는 디지털 플랫폼에 대한 접근성 향상이 중소기업의 성장전망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플랫폼은 고객들과 접점이 없던 중소기업 상품을 연결하는데 도움을 준다. 중소기업의 성장은 사회·경제적 약자에게 더 도움이 된다. 디지털 플랫폼 운영에 대한 제한이 많아지면 특히 소규모 비즈니스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DMA와 유사한 사전 플랫폼 규제는 한국 경제에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규제는 사업비용을 늘리고 벤처자본의 이탈을 초래하며 차세대 인재들이 이주하는 결과로 이어져 창업생태계를 위협할 수 있다. 금융 및 인적자본의 이탈은 경제발전과 국가안보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규제가 자국 기업에 불이익을 주고 중국 경쟁사에 특혜를 줘서는 안 된다. 중국 거대기업들은 디지털 공간을 뒤흔들고 있다. 이는 시장이 고착화해 경쟁이 부족하다는 주장도 틀렸음을 입증한다.

미국 스탠더드오일이 분리된 이후 록펠러의 순자산은 3배로 증가했다. 이를 효과적인 반독점법이라고 보기 어렵다. IBM의 부진이 반독점법 시행 때문이라는 실증적 증거도 없다. 독점력과 혁신의 관계는 불분명하며 획일적인 사전 규제는 그 반대의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은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혁신과 경제성장을 가능케 한 기존 방식으로 경쟁을 촉진할 수도, 검증되지 않은 유럽 규제모델을 맹목적으로 따름으로써 침체와 경제쇠퇴의 길을 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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