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방조죄로 의료계 무너뜨린 법조계, 이번에도…" 분개한 의사들

머니투데이 정심교 기자 | 2024.05.18 06:00
(과천=뉴스1) 이재명 기자 =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이 7일 오후 서울 대형병원 '특혜 전원' 논란을 받는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을 김영란법 위반 혐의를 받는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을 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기 위해 경기도 과천시 중앙동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민원실로 향하고 있다. 2024.5.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과천=뉴스1) 이재명 기자
의대증원책을 놓고 법원이 의사가 아닌 정부의 손을 들어주자, 의사들은 앞으로 의료 시스템이 더 무너질 것이라며 침통해하는 분위기다. 의사들 사이에선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의 사망 선고", "권력 앞에 정의와 상식이 무너졌다"는 등 규탄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특히 병원과 학교를 떠난 전공의·의대생들은 법원의 이번 결정을 계기로 상당수가 돌아오지 않을 결심을 굳힌 것으로 전해진다.

전날(16일) 서울고법 행정7부(부장판사 구회근·배상원·최다은)는 의대생과 교수, 전공의 등이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결정의 효력을 멈춰달라며 정부를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의 항고심에 대해 '각하·기각' 결정을 내린 데 대해,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은 17일 SNS에 "전공의, 의대생, 교수님, 부모님, 그리고 개원의, 봉직의 등 모든 분 힘내시기를 바란다"며 "마음이 가을바람처럼 스산하지만, 오히려 우리가 더욱더 하나로 뭉칠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임 회장은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이번 각하·기각 결정에 대해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을 철저히 망가뜨리는 마지막 사망 선고"라고 비판 수위를 높이고 "의대 2000명 증원과 필수의료 패키지는 의료 시스템을 철저하게 망가뜨릴 위력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환규 전 의협회장은 "권력 앞에 정의와 상식이 무너지는 것을 참담하게 바라봤다"고 언급했다. 그는 17일 SNS에 "생각해보면 잠시 정상적으로 작동했던 판사의 뇌와 입 때문에 의사들이 기대를 갖고 흥분했던 것일 뿐 달라진 건 하나도 없다"고 했다. 법원이 정부에 의대 증원 규모를 2000명으로 정하게 된 회의록과 근거자료를 가져올 것을 요청한 것을 언급한 것이다.

이어 그는 "의사들은 비극과 파국을 막고자 했을 뿐이다. 의사들이 마지막까지 포기할 수 없는 건 '의료의 가치'"라며 "판사도 여느 소시민과 다를 바 없다는 사실을, 이 정권의 비상식성을 또 한 번 확인했다"고 말했다.

의대 교수들을 대표해 대정부 메시지를 내온 정진행(서울의대 교수협의회 1기 비상대책위원장) 분당서울대병원 병리과 교수는 "이미 붕괴 중인 의료시스템의 붕괴를 가속하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정 교수는 1997년 12월 의사에 대해 법원이 '살인 방조죄'로 처벌한 서울보라매병원 사건을 인용했다.

당시 술에 취해 화장실에 가다 넘어져 머리를 다친 남성이 이 원에서 뇌부종으로 자발 호흡이 돌아오지 않아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았는데, 부인이 경제적인 이유로 퇴원시켰고, 그 결과 남편이 사망했다. 대법원에선 의학적 권고에 반해 환자를 퇴원시켰다며 해당 의사를 살인방조죄로 처벌했다.


정 교수는 "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 보호자의 자의 퇴원을 의사 살인 방조죄로 처벌한 법원 판결이 의료계를 망가뜨린 사례가 있듯 의료 혁신을 모르는 법조계가 연이어 의료계를 무너뜨리는 데 일조했다"며 "회의록조차 없는 (정부의) 졸속 추진을 사법부가 제동 걸지 않은 점은 매우 아쉽다"고 언급했다. 김남국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교수는 각하 결정에 대해 "정말 파국으로 가는 익스프레스(급행)"라고 비판했다.

[과천=뉴시스] 정병혁 기자 = 이병철 변호사가 14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민원실 앞에서 공수처에 한덕수 국무총리와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허위사실 유포,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등 혐의로 고발하기에 앞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4.05.14. jhope@newsis.com /사진=정병혁
의대 교수 단체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와 의대생 등의 법률 대리인인 이병철 변호사(법무법인 찬종)는 이번 결정에 대해 의사가 진 게 아니고 정부와 비긴 것이라고 자평했다. 그는 "서울고등법원의 결정은 부산대 의대생의 원고적격을 인정한 점, 교육부 장관의 배분 결정뿐만 아니라 복지부 장관의 2000명 증원 발표도 처분성을 인정한 점, 2026학년도 이후에도 대학 의견을 반영하도록 한 점, 회복할 수 없는 손해, 긴급성을 인정한 점에서는 의료계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아쉽게도 정부 측의 공공복리(증원의 필요성)를 우선시 한 점에서는 정부의 승리"라며 "(그래서) 일단 무승부라고 평가한다"고 했다.

전공의들은 "차라리 잘 됐다"며 병원으로 복귀하지 않을 것을 분명히 했다. 16일 의사·의대생 온라인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와 SNS 등에서는 "무덤덤하다"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한 전공의는 "오히려 기각이 낫다. 단일대오를 유지하자"고 밝혔다. 기각이 차라리 잘 됐다는 반응은 더 있었다. 한 전공의는 "인용됐으면 교수가 더 복귀하라고 했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전공의는 "인용됐다면 어쩔 수 없이 물러나는 듯한 퇴로를 제공하는 셈이 되는 것인데, 오히려 인용되지 않는 편이 낫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편, 의사들은 대법원에서 진위를 가리겠다며 재항고 의지를 굳혔다. 임현택 의협회장은 "이번 기회가 우리나라 의료를 살릴 마지막 기회"라면서 "대법원까지는 분명하게 대응해야 할 부분은 충분히 해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병철 변호사는 "대법원 재항고 절차를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의사들도 집단행동 수위를 한층 끌어올리겠다며 호응했다. 대다수 전공의는 복귀 거부 대오를 강화하고 있으며, 의대 교수들은 일주일 휴진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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