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서는 검찰 수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상황에서 김 여사가 숨어지내는 듯한 인식을 불식하고 당당하게 나와 활동하고 책임질 게 있다면 책임도 지겠다는 뜻을 보인 것으로도 해석한다.
대통령실은 16일 오전 공지에서 윤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공식 방문한 훈 마넷 캄보디아 총리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정상회담을 연 뒤 낮 12시부터 공식 오찬을 갖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찬에는 김 여사도 참석한다고 공지했다.
대통령실이 김 여사의 일정을 공개한 건 153일 만이다. 지난해 12월15일 네덜란드 국빈방문을 마치고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언론 앞에 선 게 마지막이었다. 명품백 수수 의혹 등에 대한 야권의 공세가 거세지고 정치권이 총선정국으로 빠르게 전환하면서 김 여사는 공개행사 등에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 와중에 올해 2월에 예정됐던 독일과 덴마크 순방 일정도 돌연 미뤄지면서 김 여사의 잠행은 길어졌다.
김 여사는 사회적 약자를 챙기는 활동 등을 꾸준히 이어왔으나 대통령실은 일련의 일을 공식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4월 총선에서 김 여사의 사전투표 역시 어떤 공지도 없이 조용히 이뤄졌다.
물론 이날 일정 공개도 대통령실은 확대 해석을 경계한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그동안도 참석이 필요한 외교 행사에는 참석해왔지만 비공개 일정이었기 때문에 비공개한 것"이라며 "오늘은 공개 일정이니 공개로 한 것일 뿐 별도의 의미 부여가 필요하지 않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검찰 수사와 관련해서는 "(검찰이) 공정하고 엄정하게 잘할 것"이라고 했고 최근 대규모 검사 인사 이후에도 검찰은 '원칙대로 수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김 여사의 공개 행보와 관련해 "검찰 수사가 본격 시작된 만큼 더 이상 숨어있지 않고 떳떳하게 수사받고 결과에 책임진다는 당당함을 뜻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 배우자가 언제까지고 공개 일정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는 점도 작용했다. 특히 이날 캄보디아 정상회담뿐만 아니라 앞으로 줄줄이 정상급 외교 일정과 해외 순방이 계획돼 있기 때문에 여사의 역할이 필요하다.
다만 관건은 국민 여론이다. 김 여사의 공개 활동에 대한 국민의 시선이 어떨지가 중요하다. 대통령 배우자의 역할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뒷받침된다면 긍정적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대통령실로서는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민의힘 중진은 "국민의 마음을 얻는 활동이 중요하다"며 "만약 국민이 더 싫어하게 된다면 야당한테 특검의 명분만 더 주게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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