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콘' 부활 맡길 적임자로 신윤승은 어때요?

머니투데이 신윤재(칼럼니스트) ize 기자 | 2024.05.16 10:31

'데프콘 어때요' 등 3개코너서 종횡무진 활약

사진=KBS2 '개그콘서트' 데프콘은 어때요? 방송 영상 캡처


2020년 6월 막을 내렸던 KBS2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콘서트’(이하 개콘)가 지난해 11월 2년 반 만에 부활한다고 했을 때, 많은 전문가들이 가진 궁금증이 있었다. 결국엔 공개 코미디는 스타의 등장이 필요하다. 과연 2010년대 후반부터 불모지가 된 ‘개콘’의 스타계보를 누가 이을 수 있을까. ‘개콘’은 그런 의문을 안고 두 번째 여정을 시작했다.


이제 그 여정의 6개월 정도가 지났다. 신인 중심의 도전적인 무대도 시스템을 갖췄고, 공개 코미디 무대를 떠났던 여러 베테랑들도 돌아왔다. 인기는 비록 과거의 영화가 아닐지언정 그 틀은 갖춰진 기간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스타는 등장했을까? 개그맨 신윤승의 등장은 그 의문에 답이 될 한 줄기 희망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신윤승은 현재 ‘개콘’에서 세 개의 코너에 등장 중이다. 보통 출연 개그맨이 ‘검사’를 맡아 하나의 코너에도 출연하기 쉽지 않은 상황을 고려하면 꽤나 파격적이다. 그리고 각 코너에서도 가장 많은 비중을 갖고 있다. 심지어 하나의 캐릭터가 끝나면 다른 코너로 이어 출연시켜 준다.


‘개콘’ 부활과 더불어 그가 한 기수 후배 조수연과 꾸민 ‘데프콘 어때요’ 코너는 ‘개콘’ 부활의 상징으로 여겨지며 가장 많은 화제를 불렀다. 원래 ‘데프콘 닮은 여자 어때요’였던 코너 제목처럼, 이 코너는 서로 상반된 성격을 가진 두 남녀가 만나 여자의 ‘직진 로맨스’를 남자가 당황하며 필사적(?)으로 피하는 구성이다.


사진='KBS2 '개그콘서트' 봉숭아학당 방송 영상 캡처


또한 부활 이후 바로 꾸려졌던 ‘봉숭아 학당’에서 이상해 캐릭터로 등장했다. 실제 ‘포켓몬스터’의 유명 캐릭터 ‘이상해씨’의 얼굴을 한 트레이닝복을 입고 방송금지 아이템으로 관객과 제작진, 시청자들을 골리는 캐릭터다. 그리고 지난 2월부터 공개된 ‘레이디액션’ 코너에서는 메인 감독 역을 맡아 극의 흐름을 이끌고 있다.


세 개의 코너에서 신윤승의 모습은 다 다르다. ‘데프콘 어때요’에서 소개팅남 신윤승의 캐릭터는 리얼리티 콩트에 가깝다. 조금 웃긴 상황들이 이어지지만, 그의 옷차림이나 분장은 전혀 특이하지 않다. 오히려 저돌적으로 호감을 표하는 조수연 쪽이 조금 더 독특하다. 그는 건조한 듯한 말투로 당황스러움을 표현하고 중얼거리는 말속에서 은근히 웃음을 자극하는 연기력을 보여준다.


이상해 캐릭터는 조금 더 본격 콩트에 가깝다. 그렇다고 분장이 과하진 않다. 머리 스타일 역시 머리띠를 한 정도다. 중요한 건 내용이다. “KBS 이상해~”하면서 등장하는 그는 간접광고가 허용되지 않는 공영방송의 특징을 파고들어 자꾸만 상표를 노출하려고 하다 제작진의 후반편집에 제지당하는 상황을 연출한다.


‘레이디액션’의 경우에는 정극 콩트연기다. 이러한 세 가지 역할이 자연스러운 이유는 신윤승이 개그 무대에서만 꽤 오랜 경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KBS2 개그콘서트' 레이디액션 방송 영상 캡처


신윤승은 2012년 KBS 27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했다. 그의 동기로는 곽범, 송필근, 이수지, 정찬민 등이 있다. 자리를 잡기 시작했을 때부터 이미 조금씩 기울기 시작했던 ‘개콘’의 가세 때문에 그는 신인 때부터 도드라지지는 못했다. 이수지를 스타덤으로 올렸던 ‘황해’ 코너에서 손님 역할이나 하정우를 흉내 낸 ‘김 먹방’을 선보이던 캐릭터에서 ‘나는 킬러다’의 형제 킬러, ‘조별과제’의 조장선배 등의 역할로 출연했다.



그렇게 ‘개콘’은 사라졌고, 그는 개그맨 윤형빈이 운영하던 ‘윤형빈 소극장’의 멤버가 돼 다시 연기를 다진다. 그 인연으로 2021~2022년 사이에 방송된 KBS2 ‘개승자’에 윤형빈 팀으로 출연했다. 코로나19 기간 많은 개그맨들이 발 디딜 틈을 찾지 못하던 가운데에서도 그는 개그를 놓지 않았고, 유튜브 ‘희극인’ 채널 등 온라인 활동과 윤형빈 소극장에서의 공연 등 오프라인 활동을 계속했다.


신윤승은 개그맨들 사이에서도 ‘아이디어 뱅크’로 불린다. 입사하자마자 ‘황해’ 코너를 기획해 2013년 KBS 연예대상 최우수 아이디어상을 수상하고, 지금 선보이고 있는 ‘데프콘 어때요’ 코너의 경우에도 후배 조수연과 티격태격하며 놀던 상황을 떠올리며 구성했다.


이상해 캐릭터 역시 그의 비상함이 돋보이는 캐릭터다. 평소 생각나는 부분이 있으면 메모를 하는 습관이 있는 신윤승은, 간접광고가 되지 않는 KBS의 상황을 아이러니하게 그리기 위해 캐릭터를 만들었다. 그는 “KBS가 아니면 웃기지 않을 아이템”이라면서 다소 보수적인 출연 채널의 상황까지 거꾸로 이용하는 영민함을 보인다.


신윤승, 사진=윤소그룹


하지만 그의 능력은 아이디어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현재 ‘개콘’의 유튜브 채널을 보면 ‘데프콘 어때요’의 비방송분 영상을 담은 전편 영상이 인기를 끌고 있다. 조수연의 좀 더 도발적인 호감 표현에 애드리브로 대응하는 신윤승의 연기를 볼 수 있는데, ‘개콘’ 출연을 쉬던 와중에도 꾸준하게 관객과의 호흡을 시도했던 경험으로 실제 방송에서도 모나지 않게 대응하는 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거기에 깔끔한 외모와 호감형의 인상 그리고 어떤 의상이든 말끔하게 어울리는 모습 역시 소녀팬들의 호응을 부르고 있다. 신윤승의 주가를 서서히 확인한 KBS는 ‘1박2일’ 뿐 아니라 ‘아침마당’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 등의 예능 프로그램 패널로 그를 자꾸만 호출하면서 관심을 보인다.


과거 ‘개콘’의 영화에는 자고 나면 스타가 탄생하는 인력수급의 선순환에 있었다. 아무리 새로운 형식이더라도 봤던 얼굴, 익숙한 얼굴이 등장하면 신선함이 줄어든다. 하지만 ‘개콘’은 계속 신인들에게 과감한 기회를 주고, 신인들은 이를 이용하면서 계속 새로운 얼굴들을 등장시켰다.


하지만 ‘개콘’의 막바지와 그 이후 등장한 ‘개승자’에서는 베테랑 의존이 심해졌다. 결국 이는 대중의 외면을 받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아직 ‘개콘’의 완벽한 부활을 단언할 수 없지만, 신윤승을 비롯한 새로운 얼굴들의 등장은 신드롬급의 인기는 아니더라도, 존재의 이유를 확인하는 정도의 성과는 가져다줄 수 있다.


물론 여기에는 오랜시간 어려움에도 개그를 놓지 않은 ‘천생 개그맨’ 신윤승의 의지와 노력도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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