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치학자 애런 윌다브스키는 "예산을 할당할 수 없다면 어떻게 통치할 수 있겠는가"(If you can't budget, how can you govern)라는 도발적 질문을 던진다. 이에 답하기 위해 필자는 지난 연말 1800여명의 성인남녀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우리 항모사업과 관련된 주요 속성, 특히 외부 안보위협과 여야 정당 및 육해공 3군의 합의에 대한 유권자 인식을 평가하고 이와 관련한 여러 가상시나리오를 제시받았을 때 동 사업에 대한 유권자의 선호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탐색했다.
첫째, 응답자들은 한반도의 안보상황이 북한과 중국에 의해 악화했다는 가상시나리오를 제시받았을 때 항모사업에 대한 선호를 강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항모를 북한과 중국으로부터 위협증가에 대한 억지수단으로 인식한다는 의미다. 다만 응답자의 정치적 성향에 따른 차이가 컸다. 북한과 중국으로부터 위협증가라는 시나리오가 제시됐을 경우 보수 유권자는 진보 유권자보다 항모사업에 더 호의적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진보 유권자가 중국으로부터 가상위협에 직면했을 때는 보수 대조군에 비해 항모사업을 덜 지지하지만 일본으로부터 가상위협에 직면했을 때는 더 큰 지지를 보인다는 것이다.
둘째, 응답자들은 집권여당과 야당의 항모사업에 대한 합의가 없다는 가상시나리오를 제시받았을 때 동 사업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드러냈다. 또한 육군과 공군이 항모사업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시나리오를 제시받았을 때 동 사업에 가장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는 유권자의 항모사업에 대한 정치적 지지가 정치 및 군 엘리트 사이에 합의가 없을 때 크게 흔들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실적으로 항모사업을 놓고 초당적 합의나 다른 군의 지지가 없는 오늘날 우리 상황에서 항모사업이 예산정치 과정에서 표류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잘 보여준다.
윌다브스키는 덧붙인다. "(예산정치를 둘러싼) 실제 문제는 다르다. 어떤 종류의 정부를 가질 것이며, 따라서 어떤 종류의 국민이 될 것인가."(The real issue is different: what kind of government are we going to have, and therefore what kind of people are we going to be?)
증가하는 외부의 안보 도전 속에 우리가 어떤 국민이 될 것인지는 이번 조사에서 잘 드러났다. 이제 대한민국 정부가 답할 차례다. 어떤 종류의 정부가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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