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당이 필요성 있다고 느끼는 한 계속될 것"(유의동 전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법안들 심의가 종료될 때까지 계속 협의할 것"(이개호 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라 했던 협의체 활동은 해가 바뀌고 총선이 다가올수록 흐지부지됐다. 여당은 야당의 강행처리를 비판했고 야당은 여당이 법안 처리에 성의를 보이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총 20개 시급 법안 중 양당 합의로 본회의를 통과한 것은 우주항공청 설치법과 개식용 금지 특별법, 두 건에 불과했다.
총선이 끝난 현재 협의체 활동은 끝났고 양당 원내지도부도 바뀌었지만 협의체에서 논의됐던 법안 처리의 시급성은 여전하다. 사용후 핵연료 저장 시설 설치를 위한 고준위 방폐장 특별법안은 상임위에서도 이견을 좁혀왔지만 처리가 불투명하다. 국내에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처리할 곳이 없어 이 폐기물은 해당 원전 부지 내 임시 보관 중이다. 2030년부터 임시 저장시설이 순차 포화될 전망이라 최악의 경우 원전 가동이 중단될 수 있다. 선보상 후구상 내용이 담긴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은 여야 합의 없이 야권 주도로 강행, 본회의에 부의된 상태로 피해자들의 속은 타들어간다. 합의 없이 일방 처리된 법안은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
협의체 출범 당시 여야는 "국민의 삶에 보탬되는 법안이 여야 합의 정신으로 처리될 때 진정한 빛을 발하고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했다. 손을 맞잡은 모습에 일하는 국회를 기대한 국민들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국회의 현주소는 애써 테이블 위에 올렸던 민생법안 처리조차 요원하다. 21대 국회는 보름도 남지 않았다. 22대 국회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1호 법안'을 이야기하기 전에 그동안 스스로 급하다고 했던 법안부터 돌아보라. 끝까지 노력하는 모습이라도 보여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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