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질책하고 추궁"하겠다는 추미애, 한국의 '낸시 펠로시'될까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 2024.05.15 07:38

[the300]

[하남=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4월 7일 오후 경기 하남시 스타필드시티 위례에서 추미애 당시 하남갑 후보 지지유세를 하고 있는 모습. 2024.04.07. bjko@newsis.com /사진=고범준

22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직에 도전해 당심은 물론 사실상 '명심'(明心·이재명의 마음)까지 확인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경기 하남갑 국회의원 당선인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할 말은 하는 의장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정치권에선 추 당선인이 국회의장이 될 경우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를 두 차례나 주도한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과 같은 모습을 보일지 주목한다. 이재명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가 추 당선인으로 의장 후보군을 교통정리한 것도 이런 역할을 기대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추 당선인은 14일 BBS 라디오 프로그램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나와 국가 서열 2위인 국회의장이 된다면 대통령과 어떤 관계를 형성하겠느냐는 취지의 질문을 받고 "진실을 감춘다든지 엉뚱한 이유를 대서 거부를 한다든지 할 때는 국민을 대신해 제대로 질책을 하고 추궁할 수 있는 자리가 국회의장 자리라 생각한다"며 "아름답게 보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국민만 생각하면서 저의 소신을 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적극적으로 윤 대통령 등 행정부를 견제하는 역할을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추 당선인은 이미 다수 매체에서 "국회의장이 반드시 중립은 아니다. 중립을 지킨다며 그냥 가만히 있진 않을 것"이란 취지의 말을 해왔다.

정계에선 추 당선인이 우리 역사상 첫 여성 국회의장이 될 경우 미국의 첫 여성 하원 의장이었던 펠로시 전 의장과 비슷한 행보를 보일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미국 민주당 소속인 그는 자신의 지역구인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18선을 했다. 미국 하원은 임기가 2년이다.

펠로시 전 의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했던 시기 하원의장을 맡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천적'으로 불릴 정도로 그와 대립했다. 2020년 2월 미 의회 신년국정연설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뒤에 서 연설문을 찢은 장면은 유명하다. 펠로시 전 의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를 두 번이나 주도했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은 공화당원이 다수였던 미 상원에서 두 번 모두 부결됐다.

추 당선인은 이날(14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추진 중인 채상병 특검법(해병대원 채 상병 사망사건 외압 의혹 특별검사)과 관련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문제를 직접 거론하기도 했다. 사회자로부터 '대통령의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가 탄핵 사유가 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란 질문을 받은 그는 "채해병 특검에 대해 대통령이 더이상 불법을 자행하지 말고 빨리 특검을 수용해 조사를 하게 하는 것이 본인으로 향하는 탄핵 의혹, 이런 것도 위험성을 줄일 수 있다고 권고드린다"고 했다.

/사진=AFP

추 당선인을 포함해 이번 민주당 국회의장 경선에 나온 네 명의 인물들 모두 '명심은 내게 있다'며 '친명(친이재명)'계 후보임을 자처해 누가 의장이 되더라도 이 대표의 우군이 될 것이란 분석들이 지배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6일 예정된 민주당 국회의장 후보 경선을 앞두고 강성으로 분류된 추 당선인 중심으로 친명계가 교통정리를 한 것은 최근 영수회담과 지난 9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의 영향이 없지 않다는 분석이다.


박창환 장안대 특임교수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지난번 영수회담에서 이 대표가 10여 가지 요구 사항을 전달했지만 그 자리에서 받아들여진 게 거의 없었고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대통령이 변화할 의지가 안 보인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그 전까지는 민주당이 강경 일변도로 나갔을 때 후폭풍이 있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있었겠지만 기자회견을 계기로 당내 여론이 확 바뀐 것으로 보인다. 여야 관계에 기반한 전략상 추 당선인쪽으로 무게추가 기울게 된 이유일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정부가 민정수석실을 신설한 데 이어 검찰 인사를 단행했다.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특검법이나 채상병 특검법 등 거대야당의 전면적 공세에 대해 방어태세를 갖춘 것인데 야당도 이에 대응해 단일대오를 형성해 전면전 준비에 들어간 것"이라며 "민주당이 원내대표든 국회의장이든 대결에 앞장설 사람을 뽑고 있는 것이다. 22대 국회가 출범하면 정부·여당과 야당 사이의 싸움은 격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민주당 지도부가 국가서열 2위에 해당하는 국회의장 자리를 좌지우지하려 한다는 비판도 있다.

당장 추 당선인과 경쟁하는 우원식 민주당 의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국회의장 선거에 결선이 도입된 것은 다양한 후보자들이 자신의 비전과 능력으로 경쟁할 기회가 됐다"며 "결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리를 나누듯이 단일화를 이야기하는 것은 참으로 유감"이라고 했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도 13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나와 "만일 보도된 것처럼 이 두 분(조정식·정성호 의원)이 박찬대 원내대표나 이재명 대표와 가까운 분들의 권유를 받아 (출마를) 중단한 것이라면 저는 이건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미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시절 대립했던 추 당선인과 윤 대통령이 입법부 수장과 행정부 수장으로 만나 제2의 추윤(추미애·윤석열) 갈등 장면을 연출한다면 민주당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단 우려도 있다.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14일) YTN 라디오 '뉴스파이팅 배승희입니다'에 나와 "추 당선인이 의장이 돼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고 중립성도 뭉갠다면 (상대편을) 단결시켜 줄 것이기에 민주당 입장에선 우려할 문제가 된다"며 "추 당선인의 공격적인 정치나 이런 것들이 많은 문제점과 한계에 봉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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