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다음달 하순 확대경영회의를 열 계획이다. 확대경영회의는 매년 6월 열리는 SK그룹의 경영전략 회의다. 여기서 정해진 기조는 8월 이천포럼, 10월 CEO세미나, 연말 정례인사로 이어진다.
올해 확대경영회의가 주목받는 이유는 '리밸런싱' 이슈 때문이다. SK그룹은 지난해 최 회장이 '서든데스' 메시지를 낸 후 기존 부회장단의 2선 퇴진을 결정했던 바 있다. 최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으로 나섰고, 연초부터 사업조정 드라이브를 걸었다.
계열사들이 고금리, 국제분쟁, 불경기 등 거시경제를 고려하지 않고 친환경 신사업에 대한 투자를 성급하게 늘려왔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특히 SK온을 중심으로 한 전기차 배터리 사업이 뜨거운 감자가 됐다.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사업에 '조 단위' 투자가 지속 이뤄지고 있는 영향이다. S&P글로벌이 SK온의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로 하향조정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SK그룹 각 계열사들은 확대경영회의에 낼 보고서 마련을 위해 분주한 5월을 맞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확대경영회의에는 각 상황별 시나리오에 기반을 둔 보고가 주로 이뤄지는데, 올해는 이른바 '워스트 시나리오'가 부각될 게 유력하다. 지주사 SK㈜는 그린 태스크포스(Green TF)를 꾸려 배터리 등 친환경 사업 전반의 조정 방향을 논의해왔고, 각 계열사들 역시 자체적으로 TF를 구성해 대응 방안을 모색해왔다. 이같이 상반기 동안 마련한 리밸런싱 방안이 확대경영회의에서 집대성될 것으로 관측된다.
벌써 확정된 사업 우선순위 조정 사례도 있다. SKC는 북미 동박 공장 건설을 미국 대선과 IRA(인플레이션감축법) 기조 등 변수를 포괄적으로 고려한 이후 결정하기로 했다. 2025년에 북미 공장을 가동하겠다는 계획을 접고, 투자 결정 자체를 사실상 내년 이후로 미룬 셈이다. 배터리용 분리막을 만드는 SKIET 역시 올해 초까지 확정하려 했던 북미 투자계획 결정을 내년 이후로 연기하기로 했다.
사업 매각 보다는 우선순위 조정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SK그룹 경영진의 메시지를 보면, 시장에서 불거지는 각종 매각설을 반박하는 모양새"라며 "합리적인 수준의 사업 리밸런싱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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