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빵은 제과 시장에서 전설 같은 존재다. 1960년대 출시 된 제품 중 현재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빵으로선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두 개의 빵 사이에 크림이 들어간 단순한 모양이지만, 먹을 게 귀했던 당시에는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삼립이 일본의 제빵 기술을 배워 만든 자동화 공정을 적용해 식빵을 생산했고 이후 처음 만든 제품이 크림빵이다.
특히 국내에서 처음으로 비닐포장을 적용한 제빵 제품이었다. 당시 크림빵 자체도 생소했는데 비닐포장에 담긴 붉은색의 신제품은 그야말로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다. 아침부터 크림빵을 사기 위해 서울 구로구 대림동에 위치한 삼립식품 공장 앞에 대기 줄이 늘어섰다고 한다. 삼립의 제빵 전용 3개 라인을 24시간 가동해도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한때 삼립의 전체 빵 공급량 3분의 1을 차지하기도 했다.
크림빵을 탄생시킨 이는 SPC그룹 창업주인 고(故) 허창성 명예회장이다. 허 명예회장은 1964년 일본 동경올림픽 참관을 계기로 대량 생산이 가능한 크림빵을 개발했다. 적당한 크기의 빵을 만들기 위해 구멍을 숭숭 뚫고 크림의 양도 최적화 하는 데 상당한 노력을 들였다. 허 명예회장의 부인이자 허영인 SPC그룹 회장 모친인 고(故) 김순일 여사도 참여할 만큼 온가족이 매달려 만든 제품이다.
크림빵이 장수 할 수 있었던 이유는 기본에 충실한 맛과 품질 관리다. 크림빵은 출시 이후부터 최근까지 맛과 품질을 유지하는데 우선순위를 뒀다. 포장 디자인은 큰 변화를 주지 않으면서도 소비자들의 시각적 편의성을 강화하는 정도의 보완만 했다.
단일 브랜드로 가장 많이 팔린 크림빵이라는 공식 기록도 가지고 있다. 지난해 9월 SPC삼립은 2013년 3월1일부터 2022년 12월31일까지 10년 간 리테일(유통) 부문 크림빵 누적 판매량 3억2000만개를 기록, KRI 한국기록원과 미국 세계기록위원회(WRC)가 인증하는 '단일 브랜드 최다 판매 크림빵'이란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길이로 환산하면 3만7042㎞, 에베레스트산(8848m)을 2093회 왕복하는 정도다.
크림빵은 올해 출시 60주년을 기념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기존 제품보다 6배 큰 대형 크림빵 '크림대빵'을 선보이는 한편 다음달 새로운 크림을 적용한 신제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SPC삼립은 이달 팝업스토어(임시 매장)를 열고 소비자를 대상으로 9가지 크림 중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제품을 신제품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브랜드 인지도를 강화하기 위해 크림빵 서체도 무료 배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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