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을 두고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의협)가 벌인 '밀실 협의'의 후폭풍이 거세다. 회의록도 남기지 않은 28차례의 '협의'에 현재 부족한 의사 5000명에 대한 추계 근거도 수면위로 부상하고 있다. 현재 의사 수요를 어떻게 계산, 보충하느냐에 따라 미래 충원해야 하는 의사 수는 달라질 수도 있다. 만약, 법원이 의대 증원에 '제동'을 걸 경우 부족한 의사 수를 보완하기 위해 의료수요 관리와 시니어 의사 배치 등의 정부의 의료인력 관련 정책이 더 확대 추진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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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수요 관리, 시니어 의사 투입 등 제시━
당장 부족한 의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두 가지 카드를 제시했다. 첫 번째는 의료 수요 관리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지난달 13일 정례브리핑에서 "365일 의료를 이용하는 과다이용자는 본인부담률 90%를 적용하고, 의료 이용을 줄이는 경우 최대 연 12만원을 바우처 형태로 돌려주는 시범사업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비중증 질환의 과잉 비급여에 대한 혼합진료 금지 방안도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두 번째는 의료 인력 재배치다. 은퇴 의사가 지방 의료원 등 지역에서 근무할 수 있게 유도해 의료 공백을 해소하겠단 것이다. 지난달 16일에는 공공의료기관에서 시니어 의사 활용을 지원하기 위해 국립중앙의료원에 시니어 의사 지원센터가 문을 열기도 했다. 조규홍 장관은 이 자리에서 "시니어 의사 활용은 정부와 의료계가 지역.필수 의료 분야 의사 부족 문제 해소를 위해 지속 논의해 온 방안"이라며 "센터 개소 이후 시니어 의사의 참여 상황을 보면서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지원 방안을 계속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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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숫자 논의 없었다" 의협 분노━
협의체에 밀접하게 관여한 의협의 한 고위 관계자는 "2000명과 같이 구체적인 숫자를 가지고 정부와 논의한 적이 없다"며 "유연성을 가지고 밤샘 토론으로 협상하자고까지 했지만 거절한 건 정부였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그는 "당장 부족한 의사가 5000명이란 것도 정부 발표 때 처음 들었다"며 "의협은 1만명 넘는 시니어 의사가 지역 병원과 연계해 활동하는 것이 의료공백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꾸준히 주장해왔다. 지난해 관련 예산이 1000만원가량 있었는데 올해는 그것마저 완전히 없앤 복지부가 이걸 대안으로 꺼낸 것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법원이 의대 증원의 '숫자'가 도출된 구체적인 경위를 살펴보겠다고 나선 상황에서 미래 부족한 의사 수와 함께 현재 부족한 5000명에 대한 추계 근거도 언급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이미 각 대학의 '자율 증원'으로 내년도 의대 정원이 정부안보다 500명 정도 감소했는데, 법원의 판단에 따라 의료인력 정책의 추가적인 변화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은 "현재 의사가 5000명 부족하다는 정부 주장도 근거가 부족할 가능성이 크다"며 "시니어 의사 투입을 위해선 연금법 개정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 수요 조절 역시 건강검진 사업의 변화, 필수 의료 구분과 육성 등 정부가 손봐야 할 정책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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